_ 5일 장중 1540.3원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
_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리스크·재정 지출 확대로 원화 가치 하락 부추겨
_ 이란-미국 갈등 속 국제유가 상승 및 외국인 66조 순매도 등 대내외 악재 겹쳐
_ 이재명 대통령 과거 "국민 재산 날아갔다" 비판과 "주가 안정 시 멈출 것" 예측 빗나가
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0원대에 진입했다. 사진=뉴시스
[서울=더피플매거진]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을 넘어 장중 1540원까지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 당국의 잇따른 구두 개입에도 고환율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1500원대 환율이 단순한 일시적 급등이 아닌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5일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전날 153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며 장중 1540.3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장중 15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환율은 1997~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인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이번 환율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복합적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 교착과 군사적 충돌 확대로 국제유가가 급등(WTI 96.02달러 마감)하며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를 키웠다.
그러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적·정책적 요인이 원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장 큰 뇌관은 이재명 정부의 대미 통상 정책에 따른 '3500억 달러 투자 리스크'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율 인하(25%→15%)를 조건으로 총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약속했다. 이 막대한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가 폭증하게 되어 환율 상승 압력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달러 유출 압박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측에 무제한 또는 한도성 통화스와프 체결을 강력히 요청하며 배수진을 쳤으나,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하지 않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심리적 안전판'인 통화스와프 체결이 불투명해지자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가 증폭되어 달러 사전 확보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재정 기조 역시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26년도 예산을 사상 첫 720조 원 규모로 확대 편성했으나, 이는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도리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이 늘며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50%를 돌파하자, 국가 신인도 저하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매도하고 달러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7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9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며 그 규모는 66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전반적인 성장 둔화 우려와 좁혀지지 않는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등 당국자들이 연일 "과도한 쏠림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자, 경제 상황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현재의 낙관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당 시절이던 지난 2025년 2월, 이 대통령은 환율이 1470원대를 돌파하자 당시 정부를 향해 "환율 폭등으로 국민 재산 7%가 날아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직후인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한두 달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고, 고환율이 계속된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환전하는 수요 때문이며, 주가가 안정되면 환율 상승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예측과 달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인 1540원을 뚫고 고환율 현상이 고착화됨에 따라, 정부의 정책 딜레마(재정 확대와 외환 방어) 극복 능력과 경제 현실 인식에 대한 비판적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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