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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금정산의 가을, 삶을 관조(觀照)하다

등록일 2025년12월03일 20시48분

[포토에세이] 금정산의 가을, 삶을 관조(觀照)하다

 

금정산 예죽실에서, 한돌 금정산 예죽실에서, 한돌

 

 

가을이 깊어지면 화실로 향하는 발길은 자연스럽게 금정산 공원으로 이어진다. 익숙한 길이지만 계절마다, 아니 하루하루마다 산은 전혀 다른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병풍처럼 겹겹이 펼쳐진 산세가 눈에 들어오고, 금정연못 가에 서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이마로 맞는다. 그 청량한 냉기가 닿는 순간, 복잡했던 정신이 맑게 깨어나며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올해의 가을은 유독 깊고 선명하다.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떤 잎은 이미 땅으로 돌아갔고, 어떤 잎은 마지막 힘을 다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문득 그 모습이 예순 줄에 접어든 중년의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땅에 떨어진 잎새 하나하나가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붉게 타올랐던, 단풍들이 써 내려간 생의 이력서처럼 보인다.

 

계절의 변화는 냉정하리만치 정확하다. 숲에 내린 서리에서 추상(秋霜) 같은 힘을 느낀다. 마치 가을을 빨리 떠나보내려는 세월의 독촉장 같기도 하지만, 이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임을 안다. 나는 그 길목에 멈춰 서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며 관조(觀照)하기로 한다.

 

금정산의 단풍. @노융성 기자 금정산의 단풍. @노융성 기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2025년의 가을을 저장한다. 프레임 속에 담기는 풍경은 작년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공중으로 흩날리는 낙엽들을 보니, '추풍낙엽'이라는 말이 우리네 인생사와 다르지 않음을 실감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떨어지는 잎들이 사그락거리며 내는 소리는, 소멸을 앞둔 존재의 가벼운 저항이자 신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풍경을 그저 슬픔으로 보지 않는다. 관조란 대상을 뜯어보고 밝게 비추어 봄으로써, 나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떨어지는 잎을 보며 소멸이 아닌 순환을 읽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주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마음의 평안함이 있다.

 

나이 들어감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행하는 관조는 내 삶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 되어준다. 산책길에서 마주한 이 풍경들과 사색의 시간들은 화실로 돌아가 붓을 들 나의 작품들에 귀한 보너스가 되어줄 것이다.

 

오늘도 산은 넉넉한 품을 내어주며, 나의 삶과 예술이 태어나는 거대한 산실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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