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료급식, 문화가 보이는 식판
1948년 ‘모든 사람은 식량·의복·주택·의료 등 필수 사회 서비스를 비롯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 및 안녕을 위해 충분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는 요지의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발표됐다. 그 후 70년의 세월이 까마득히 흘렀고 세계는 변했다. 경제와 과학, 의학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이 급속도로 전개되면서 지구촌이 거대한 마천루가 됐다. 그러나, 아직 70년 전의 모습에 머물고 있는 곳이 많다. 전쟁과 기아와 질병으로 신음하는 고통의 땅. 단돈 몇 만원만 있어도 쉽게 살릴 수 있는 질병과 굶주림으로 수만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도 또한 오늘날의 지구촌 모습이다.
필자가 가진 무료급식의 목표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ning)’이란 개념의 무료급식이다. 급식날이 되면 어르신들이 배식시간이 12시부터인 줄 알면서 10시도 되기 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집에 계시다가 시간 맞춰 나오시면 고생 안하고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한 해 두 해 지나다보니 어르신들 스스로가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을 직접 만들고 체험하고 있다. 이웃·친구끼리 연락해 밥 먹으러 같이 가자며 소통하고, 일찌감치 와 현장 구경 및 심사(?)도 하고, 기다리면서 주변에 모인 사람들과 정보도 교환한다. 음악공연이 있을 땐 박수치고 춤도 추면서 하루를 보낸다.
무료급식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단순한 한끼의 밥이 아니다. 핵가족 시대에 홀로 남겨진 외로운 일상, 새로울 것 없이 무료하고 적적한 어르신들을 공동체의 마당으로 손을 잡고 이끌어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급식 현장을 몸소 체험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여한다는 자존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주위에 자원봉사 체험담을 알려 주변 사람들까지 봉사의 현장으로 이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해 마침내 길고 튼튼한 나눔복지의 동아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재원은 물론 무료급식의 꽃인 자원봉사자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료급식 봉사가 꼭 어르신만을 위한 일회성 행사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돌봄복지에 관련한 사회보장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는 의미도 크다.
노인복지의 근간이 어르신 돌봄에 있다 보니 그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들이 육체노동의 고통뿐만 아니라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메마른 직업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직·간접으로 체험해 보면서 자신들이 돌보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변화되어 가는 삶의 가치를 체험하게 된다.
복지재단 운영의 발전을 위해 감성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인복지의 기본인 어르신돌봄에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여기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가치관을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조건에 있는 사람의 의무인 ‘내가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자세.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조건이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할 ‘사회적 자산’임을 인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갈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힘들지만 보람 있는 무료급식날. 아침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고 출근한다. 특별히 용감해지는 날이기도 하고, 행복해지는 날이다.
신경용 금화늘푸른복지재단 이사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