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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대구 5대 미래산업의 성공, 지자체가 '지식 유동성'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등록일 2026년06월08일 09시10분

[기획칼럼] 대구 5대 미래산업의 성공, 지자체가 '지식 유동성'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글=송명주 기자 글=송명주 기자

 

대구시가 로봇, 모빌리티, 헬스케어, 반도체,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5대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 대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낡은 산업의 껍데기를 벗고 지식 기반의 첨단 산업 도시로 도약하려는 절실하고도 반가운 발걸음이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뼈아픈 현실이 있다. 막대한 지역 R&D(연구개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우수한 연구 성과가 정작 지역 기업의 실질적인 기술 혁신과 매출 증대로 직결되지 못하는 이른바 '코리아 R&D 패러독스'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의 핵심 원인은 지자체, 대학, 기업 간에 단절된 '지식 유동성(Knowledge Flow)'에 있다.

 

그동안 한국의 산학협력은 대학과 산업계 간의 좁혀지지 않는 이념 차이로 인해 분명한 한계를 겪어왔다. 대학은 학문적 진리와 기초 연구에 무게를 두는 반면, 기업은 당장 돈이 되는 즉각적인 상용화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이 두 이질적인 집단이 단순히 'R&D 자금 지원'이라는 피상적인 매개체만으로 결합하다 보니, 과제 종료 후에는 애써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거나 일회성 협력에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결국 지역 R&D 자금이 기업의 생존을 이끄는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학의 원천 기술이 기업의 상용화 단계까지 물 흐르듯 전달되는 튼튼한 '지식 유동성'의 확보가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사이의 깊은 기술적 간극을 강력하게 메워줄 중간 매개 조직과 완전히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이 요구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기초 연구와 상용화 사이의 이 험난한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극복하기 위해 독자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해 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 모델과 덴마크의 GTS(Advanced Technology Group) 망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대학의 기초 연구 성과를 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응용 기술로 재가공해 이전하는 철저한 '기업 맞춤형 상용화' 조직이다.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 속에서도 민간 기업의 연구 의뢰를 적극적으로 받아 자체 수익을 창출하며, 산학 융합의 핵심 허브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의 GTS 망은 국가 전역에 걸쳐 대학과 중소기업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혁신적인 네트워크다. 기술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이 대학의 첨단 지식을 쉽게 흡수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 인증, 테스트베드 제공, 상용화 컨설팅 등을 통합 지원하여 지식 유동성을 극대화한다.

 

대구시 역시 2025년부터 본격 도입된 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통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RISE 체계는 지자체가 대학 지원의 권한과 예산을 직접 이양받아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과 기술 혁신을 직접 주도하는 제도다.

 

대구시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 중인 5대 미래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RISE 사업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독일과 덴마크 등 선진국의 산학협력 모델을 대구의 실정에 맞게 이식하고 재창조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자체의 명확하고 주도적인 역할'이다. 지자체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예산을 대학과 기업에 단순히 배분하는 수동적인 관리자나 금고지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구시는 덴마크 GTS처럼 지역 내 산재한 혁신 기관과 대학, 기업들을 하나의 튼튼한 망으로 묶어 실질적인 지식의 흐름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지원하는 '거버넌스의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야 한다. , 기초 연구가 상용화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파이프라인의 적극적인 설계자이자 감독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학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R&D를 기획하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물이 기업의 이윤으로 직결되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의 미래는 지식 기반의 첨단 산업 도시로 안착하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성공의 열쇠는 명확하다. 지자체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대학과 기업이 쉴 새 없이 지식을 교류하고 혁신을 창출하는 '대구형 RISE 혁신 생태계'를 완벽히 구축하는 것이다. 대구시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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