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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강정 물·빛·만남에 물들다’

등록일 2014년09월20일 11시12분

일상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강정 물·빛·만남에 물들다’
- 2014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개최, 20여 가지 현대 미술작품 전시
- “디아크의 광활한 광장 배경으로 현대미술의 진가 느낄 수 있어”

 올해 3회째를 맞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해당 미술제는 현대미술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되살리고 역사적 의미를 재생산해 현대미술의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만들어 나가고자 달성문화재단과 대구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 8월 23일부터 오는 9월 21일까지 디아크 일대의 광장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먼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의 유래는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했던 1970년대에 신선한 충격을 준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1974년`계명대학교 미술관)에서 시발한다.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는 50여명의 작가로 시작해 이듬해 참여 작가수가 100여명으로 급증하면서 미술관 전시와 함께 보다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퍼포먼스, 야외설치 작업을 근교 낙동강 변 모래사장에서 펼쳐 대구 현대미술의 위상을 드높였다.

 지금은 그곳이 고층아파트와 함께 정리되면서 수변공원의 다양한 시설물이 되었지만, 대구 현대미술의 위용을 이어갈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인근 디아크에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를 마련, 생명의 근원적 요소인 ‘물·빛 만남’을 통해 강정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고 삶과 예술이 소통하는 미적 터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디아크는 달성의 대표 관광명소로써 다사읍 죽곡리 806번지에 소재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지하철은 2호선 ‘대실역 2번’ 출구에서 하차하여 디아크 방면으로 꽤 걸어 올라가야 하고, 버스는 ‘대실1’ 버스정류장에서 ‘성서2’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이동하면 된다. 자차 이용 시 반월당 방면에서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지나 강창교 건너자마자 좌회전한 후 약1.3km 정도 직진하면 나타난다.

 강정 현대미술제는 실내에 전시되어 볼 수 있는 각진 평면그림에서 벗어나 야외 공간인 자연과 대지를 바탕으로 구조물을 설치해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양질의 전시형태를 제공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게다가 탁 트인 디아크의 멋진 전망과 함께 대구 현대미술의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20여가지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 꼭 챙겨봐야 할 의미 있는 몇 작품들을 추려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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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썬데이페이퍼의 ‘꿈과 꿈 사이’라는 작품은 흡사 커다란 초록의 천막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해당 전시물을 “강가에 빛이 비친다. 물 냄새가 빛과 함께 뭍으로 올라온다. 어젯밤 꿈과 꿈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 아득하다. 불안하지만 편안하다”라 표현한다. 지름 18미터의 둥근 돔은 꿈과 꿈 사이에 있는 틈을 표현한 것으로 돔의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있어 여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빛이 들어오고 비가 오면 또 그대로 비를 받아들인다. 또, 안쪽에는 6개의 낮은 의자들이 설치되어 있어 관객들에게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과 두 대의 스크린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꿈과 꿈 사이의 스케치’를 투영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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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철 작가의 ‘세속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욕망은 진화한다’는 멀리서도 한눈에 띈다. 두 마리의 흑마와 백마의 나란히 서 네 다리가 높이 솟아 있는 모습이 꽤 늠름하고 인상적이다. 황 작가는 “말의 발굽이 나뭇가지와 연결된 것은 땅의 정기를 흡수하며 욕망이 자라날 수 있는 원천을 제공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작가는 말과 욕망을 동일시하여 욕망은 원래 순수한 것으로 인간의 동력을 제공하는 모터이지만, 아무런 노력이나 능력 없이 욕망을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땀을 흘리는 말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미 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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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구 작가의 ‘꿈의 조각들을 모으다’라는 작품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이 작품은 일몰 때 그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물수제비의 파장은 아름답게 핀 붉은 꽃과 어울려 넋을 빼놓는다. 디아크의 날렵하면서도 육중한 건축물 아래에 아름답게 핀 꽃은 금방이라도 장미향을 내뿜을 것만 같아 발길을 붙들어 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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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수 작가의 ‘플라스틱 콘크리트 꽃’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화분 형태를 차용해 겹겹이 화분을 쌓아올린 형태다. 제각기 형태가 다른 5개의 화분은 판이한 듯 오묘한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원래 이 대형 화분의 쓰임은 도시의 미화를 위해 장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현대 건축의 재료인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각종 재료를 혼합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꽃을 제작하여 설치, 이는 문화가 섞이고 희석되면서 새롭게 변형되어 가는 것처럼 문화적 상징의 꽃과 화단의 의미 또한 바뀔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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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준 작가의 ‘DAYDREAM(데이드림)’은 강정의 푸른 잔디밭에 덩그러니 놓인 두 개의 알과 바닥에 놓인 거울 형태의 구조물로 흰색 타원형의 알은 순백을 뜻하며,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원초적임을 시사한다. 또, 그 뒤에 반짝이는 은박으로 덮인 알은 이지적이고 차가운 도시적 이미지와 가깝고, 그 사이에 놓인 알 형태의 거울은 반사와 흡수의 이중적 속성을 바탕으로 두 알 사이를 매개한다. 이 알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적으로 배치되어있지만 사실 상호 긴밀히 호응하며 치열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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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강호 작가의 ‘Kangho Shin(강호 신)’은 흰 플라스틱 소재의 커다란 구조물이다. 이 작품은 흡사 커다란 문에 양 팔꿈치를 맞대고 깊은 고뇌에 빠진 인간의 형상으로도 보인다. 해당 구조물은 수많은 연결 고리 속에서 살아가고 현대인을 뜻하는 것으로 문으로 들어가는 혹은 나아가는 인간, 소통을 위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며 내부로부터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빛은 내면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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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 작가의 ‘환기’는 디아크에 설치된 네 개의 환기통으로 관객들에게 이 공간이 자연발생적 공간이 아닌 인위적 공간임을 보는 이로 하여금 환기해준다. 네 개의 환기통은 우리에게 만연된 시각적 이미지와 감각적 정보의 범람 속에서 망각하고 있거나 인식되지 못하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켜 현대의 우리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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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 작가의 ‘새를 타는 사람들’이란 작품은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 솟대를 연상시킨다. 잘 조각된 7개의 높은 나무 기둥 위에는 새를 타는 사람들이 바람에 맞춰 이리저리 방향에 나부끼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자연인 바람과 하나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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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작가의 ‘피노키오의 항해’는 높게 솟은 네 개의 나무 기둥 위에 코가 긴 금동의 피노키오가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욕망을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이중성을 표현했다 한다.

 한편, 기타 강정 현대미술제에 대한 작품설명 및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내용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블로그(blog.naver.com/art_gd)를 참고하거나 달성문화재단(☎053-715-1285)으로 문의할 수 있다.

 강정 야외전시가 갖는 핵심적인 내용은 1970년대 현대미술가들의 실험정신이 담긴 역사성, 강정이라는 특수한 장소성, 야외에서 만나는 공공성, 지역민과 작가의 호흡이 담긴 삶과 예술의 커뮤니티 아트 등을 통해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진다.

 강정 현대미술제가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떨쳐 미술계의 발전은 물론 시민들과 예술인 사이의 다양한 문화 예술적 교감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자리가 되길 바라본다.

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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