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할 고민시리즈, 대변(1)
감나와 뚝딱! 똥나와 뚝딱?
가을에 접어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연중행사가 시작되었다. 가을이 제철인 많은 과일 중에 유독 ‘감’이 말썽이다. 감 때문에 대변이 굵게 나오기도 하고 변비가 심해지기도 하고 더 한 경우는 항문 입구가 막혀 변을 파내는 일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연중행사가 전문용어로 말하는 ‘Finger enema" 즉, 손가락으로 관장을 하는 일을 말한다. 10월부터는 하루에 한두명 꼴로 악성 변비 환자들이 꼭 방문한다. 대장항문을 보는 사람으로서 ‘감’은 환자들에게 천적이나 다름없다. 진료실에서는 대변에 대한 재미있는 고민들이 있다. “저는 변이 너무 가늘게 나와요.”, “변을 좀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변이 너무 굵게 나오는데 왜 그런가요?” 은밀한 화장실에서 나만이 보는 것이라 생각했던 대변이 진료실에 오면 모두가 함께 보는 드라마와 같이 표현된다. 이렇듯 혼자만 끙끙대면 더욱 힘들어지는 법이다. 이번 호에서는 대변의 모양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좋은 대변의 모양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설날 방앗간에서 나오는 긴 가래떡 모양과 굵기가 적당하다. 크기는 10~15cm정도, 무게로 치면 고구마 중간 크기 한 개 정도다. 하지만 변비가 있는 분들의 경우 이런 가래떡 모양의 대변은 참으로 보기 힘들다. 변비환자의 대변은 토끼똥처럼 단단하고 마른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가래떡 모양의 변을 볼 수 있을까? 변의 모양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좌우한다. 무턱대고 많이 먹는다고 변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을 구성하는 것은 식이섬유소에 있다. 식이섬유소는 식품 중에 들어있는데 이를 섭취할 경우 변의 부피를 늘이고 그 속에 수분을 함유하여 변을 부드럽게,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식이섬유소를 많이 먹어야 변이 잘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는 채소나 과일, 해조류, 버섯, 잡곡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어 제철에 제공되는 식품을 통해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다.
변이 너무 굵게 나오는 것도 문제다. 이는 변이 나오면서 항문을 찢어지게 하는 ‘치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철에 항문에 힘을 주면서 항문이 찢어지는 환자분들이 종종 있다. 변이 너무 굵게 나오는 것은 식이섬유소 섭취가 많지만 수분이 부족한 경우이다. 그러므로 식이섬유소 섭취만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수분섭취도 동반되어야 좋은 변을 볼 수 있다.
섬유소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어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감과 바나나는 사실 조금 주의해야 할 과일 중에 하나이다. 감과 바나나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하지만 이 속에 탄닌이라고 하여 변을 단단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있다. 그래서 감과 바나나를 과량 섭취 시 변이 단단하고 굵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어르신들이 이런 것은 잘 모르시고 밤 늦게 간식으로 홍시 서너개를 드시고 변을 못보셔서 찾아오시는 것이다. ‘곶감은 괜찮지요?, 단감은 괜찮지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들에게 안타깝게도 곶감과 단감, 홍시 모두 ‘감’이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리 좋은 것도 한 번에 많이 먹을 경우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과유불급’이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뭐든 넘치면 모자란 것 만 못하다. 그래서 감과 바나나는 변비 환자분들게 크게 권해드리고 싶지 않다.

사찰의 화장실을 ‘해우소’하여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근심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근심이 쌓여서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바로 알고 먹는 식이섬유소 섭취로 매일 아침 토끼똥 대신 가래떡 모양의 똥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 늘시원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