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왕조’ 몰락 왜?···‘원정 도박’ 파문 외부 아닌 내부서 무너졌다
-한국시리즈 두산에 완패···통합 5연패 좌절
-류중일 감독 ‘믿음의 야구’ 한계···선수들 타이틀 수성 의지 부족 드러나
프로야구에서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삼성 왕조’가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 완패를 당해 왕조의 문이 4년 만에 닫혔다. 삼성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무너졌다.
삼성은 올 시즌에도 무적으로 군림했다. 정규리그 88승56패로 2위 NC 다이노스에 2.5게임 차 앞선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팀 내 선발투수 5명이 모두 10승 이상을 거뒀다. 팀 타선은 사상 최초로 10명이 100안타를 치는 신기록을 달성하며 역대 팀 최고 타율인 0.302를 올렸다. 투타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사상 최초의 통합 5연패는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기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불거졌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는 투수 3명을 제외하기로 했다. 구단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고육책을 내놨지만 전력에는 치명적이었다.
삼성은 구원왕 임창용(33세이브)과 홀드왕 안지만(37홀드), 17승 투수 윤성환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3선발 체제를 가동했다. 불펜은 안지만 대신 심창민과 박근홍을 중용했다. 마무리는 선발로 뛰던 차우찬에게 맡겼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삼성은 1차전에서 상대 실책에 편승해 1승을 올린 이후 4경기 모두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권을 두산 베어스에 내줬다. 정규시리즈 챔피언다운 팀이 전혀 아니었으며 선수들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
팀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며 타선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부동의 4번 타자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2안타,타율 0.095로 크게 부진해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박석민, 나바로도 계속 방망이가 허공을 날리기 일쑤였다. 류중일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가 오히려 독이 됐다.
지역의 한 야구팬은 “타격이 전혀 안 되는 선수를 4번 타자로 계속 기용하고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던 4차전에서 9회초 1사 만루 절호의 기회를 아무 작전 없이 그냥 보내다가 허무하게 지는 등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팬들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성은 내년부터 험난한 파도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원정 도박 3인방이 내년 경기에 출장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타선은 이미 노쇠한 상황이다.
류 감독도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류 감독은 일각에서 ‘전임 선동열 감독이 가꾼 선수단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 왔다. 타선에선 박해민, 구자욱 등을 길러냈지만 투수 쪽에선 선수 육성이 상당히 더딘 게 사실이다. 류 감독은 선수 육성과 리빌딩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떠안았다.
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