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의 상호확증파괴
대구시의원 강성환최근 한국과 일본은 외교, 국방, 경제, 문화 및 방역에까지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이웃나라로 상생과 협조가 아닌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讎)로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마치 1950~1980년까지 미국과 소련의 극한대치상황을 연상시키고 있다. 극한대립의 핵무기경쟁으로 냉전체제를 유지했으나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치킨게임이론(chicken game theory)’을 제시하며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개념을 도입해 공멸의 분위기에서 “서로 죽을 짓거리를 집어치우자.”는 냉정을 찾았다. 1982년 6월 제네바에서 미․소 양국이 ‘전략무기 감축협상(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을 시작하여 레이건 행정부는 핵무기에 대한 양적동결을 추진한 것이다.
한일양국의 경제체제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다. 한국의 경제는 일본에서 핵심부품과 소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해도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가져가는 ‘가마우지경제’로 최근의 문제점이 부각되기도 했는데, 결국은 소재, 부품 및 장비에서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혹은 연계성(coupling)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경제는 적게는 40%에서 크게는 90%까지 뗄 수 없는 한 덩어리가 되었다.
지난 2019년 7월 1일 일본이 수출비중 0.5%에 해당하는 반도체 3대 핵심소재로 한국의 수출비중 25%인 반도체산업을 겨냥해서 강력한 타격(50배)을 했으나, i) 가마우지경제라는 사실(일본의존성)을 온 국민이 체감했고, ii) 독립운동은 못해도 일제불매(No Japan)운동엔 참여하겠다고 자원, iii) 산업전반에 수입처 다변화 및 소·부·장 국산화정책을 추진해 우리나라는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고 일본에게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가 한국보다 6~7배나 피해를 입혔다.
최근의 한·일 무역마찰 외에 과거 임진왜란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일본은 명나라로 가는 길을 내달라는 구실로 조선을 쳐들어와 당시로서는 최신식 무기였던 조총을 앞세워 전쟁 초기 북진해가며 조선을 거침없이 침공하였지만 한반도 전역을 정복하진 못했다. 일본의 성주가 성을 함락당하거나 패배하면 할복하지만, 조선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부산진성(釜山津城) 성주도 대구읍성(大邱邑城) 부윤도 왜군이 쳐들어오자 성을 떠났고, 국왕 선조까지 수도 한양을 버리고 신의주로 피신해 후일을 도모하였다. 관군의 패배가 이어진 이후 전열을 가다듬어 조선은 이순신 장군이 뱃길을 막았고 붓 대신 창칼을 든 선비들이 의병이란 이름으로 벌떼처럼 일어나 육지보급선을 차단해 초기의 열세를 극복하고 전세를 뒤집기에 이르렀는데, 이후 7년여 동안 이어진 전쟁은 양국의 피해만 입힌 채 끝이 났다.
최근의 경제전쟁에서도 일본이 먼저 공격을 해왔지만, 쉽게 우리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초전박살, ‘빨리빨리’가 생활화되어 소재, 부품의 어려움도 재빠르게 자체개발하며 위기를 기회삼아 극복해나가고 있다. 또한, 2000년부터 전자정부(electronic government)를 추진하였기에 경제, 군사, 행정, 문화 및 사회전반에서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이러한 강점은 경제전쟁에서 속도전으로 비대칭전략무기화 되어 일본의 피해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한‧일간의 경제전쟁은 장기전으로 갈수록 ‘덩치 대 빠름(Scale vs Speed)’의 싸움에서 어느 한쪽이 승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세계자유경제 체제하에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경제블럭화로 방어선을 확보하고 있는 이 시점에 동아시아의 두 이웃간의 싸움은‘이전투구(泥田鬪狗)’가 될 것이다. 핵무기전쟁에서처럼 치킨게임이 될 것이며, 서로 피를 흘리고 상처를 입는 상호확증파괴가 확실하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이를 깨닫고 양국 간의 경제전쟁을 멈추고 동아시아 경제의 한 축으로 함께 번영하길 기대해본다.
대구광역시의원 강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