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환율 10원 오르면 CET1 비율 1~3bp 하락… "마지노선 13% 사수하라"
_ KB·신한 등 5대 지주, 일일 모니터링·환헤지 등 비상 대응 가동
_ 자본 건전성 악화 시 '주주환원 확대' 계획 차질 우려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더피플매거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의 자본 관리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환율 상승이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을 유발해, 금융지주사들이 공언한 '주주환원 확대'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고환율 리스크에 대응해 CET1 비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과 배당 여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 금액이 커지면서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시중은행의 CET1 비율은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구조다. 만약 환율이 100원 급등할 경우 CET1 비율은 약 0.25%포인트 가량 증발할 수 있다.
현재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기준 CET1 비율은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 ▲NH농협금융 12.34%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2%)는 상회하지만, 각 사가 주주환원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목표치 13%'를 안정적으로 지키기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이 1,500원 선까지 위협하자 각 금융지주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신한은행은 환율과 외화금리 등을 토대로 '위기인식 판단지표'를 운영 중이다. 현재 상황을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관련 부서에서 일일 단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 측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9월 말 대비 환율이 10원 오르면 지주사 CET1 비율은 1.2bp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KB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의 외환 포지션 노출도를 조절하며 적극적인 환헤지에 나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해 자본 적정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역시 수익성 관리와 RWA 통제를 병행하며 목표 구간인 13~13.5%를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환율 급등기에도 철저한 관리로 13.22%를 달성했다"며 "환율 외에도 당기순이익 증가와 자산 성장 조절 등을 통해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비율이 목표치인 13%를 밑돌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지만, 중동 리스크나 미국 금리 정책 등 대외 변수에 따라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연말까지 자본비율 방어가 은행 경영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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