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꼭 필요한 것 드려요”…김천시 ‘소원을 말해봐’ 사업의 빛과 그림자
획일적 지원 탈피, ‘맞춤형 복지’ 장점…도로공사 후원, 민관협력 모델
“내 가난 증명하라니…” 사연 신청 방식, 심리적 문턱 높아 복지 사각지대 우려
[김천(경북)=더피플매거진] “어르신, 필요한 게 쌀인가요, 아니면 낡은 보청기 교체인가요?”
김천시가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추진하는 ‘소원을 말해봐’ 사업은 기존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쌀, 김치 등 획일적인 물품 지원에서 벗어나, 수혜자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직접 요청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는 복지에서 ‘필요를 채우는 복지’로
‘소원을 말해봐’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맞춤형’이라는 점이다. 지원을 원하는 취약계층(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가 필요한 물품이나 지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사연을 이메일로 보내면, 심사를 통해 소원을 이뤄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허리가 아픈 노인에겐 쌀보다 허리보호대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겐 낡은 세탁기 교체가 더 절실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이처럼 각 가정의 구체적인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채워준다는 점에서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다. 또한, 한국도로공사가 후원하고 김천시가 집행하는 민관협력의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내 가난을 글로 증명해야 하나요?’
하지만 내 사연을 글로 적어 이메일로 신청하는 방식은 역설적으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높은 벽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사용이 어렵거나 정보접근성이 낮은 노인층은 이런 사업의 존재 유무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장벽이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상세히 글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는 자체가 신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한 복지 전문가는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이는 신청주의 복지가 가지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결국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겐 또다시 복지사각지대에 남게 되는 셈이다.
복지전문가들은 ‘소원을 말해봐’와 같은 맞춤형 복지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복지 발굴’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