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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노병철] 혼란한 성 문화

등록일 2025년07월17일 09시49분
혼란한 성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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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노병철 
 
 
오랜만에 부산 바닷가에 갔다가 놀랐다. 더운 날씨에 부산 밤바다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어버렸는지 거의 옷을 벗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간은 이성의 다리를 보면서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특이한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남자고 여자고 간에 다리는 다 내놓고 다닌다. 서로가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발레할 때 남자가 타이츠를 신고 가랑이를 찢고 있는 동작을 할 때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근대까지도 유럽 남성들은 오늘날의 레깅스나 스타킹에 가까운 밀착 하의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걸 호스 혹은 호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자는 긴 치마로 다리를 가리고 남자는 다리를 거의 내놓고 다니는 형국이었다. 요즘 여성들이 레깅스 입고 돌아다닌다고 욕하는 상황이 중세엔 남자들이 그런 레깅스 복장을 하고 다닌 것이다. 그런 남자들의 각선미를 여성들은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서로 다리를 내놓는 문화로 인해 젊은이들의 파격적인 성적 행위에 깜짝 놀란다. 버젓이 남들 눈도 의식하지 않은 채 농도 짙은 사랑 행위가 행해지고 있다.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해서 그네들의 문화를 나름 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중국에 ‘보건품’이라는 간판을 붙인 가게가 많기에 약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성인용품을 파는 가게였다. 중국인들이 성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란 사실에 놀랐다. 자료를 살펴보니 중국 성인용품 시장의 연간 매출액이 우리 돈으로 거의 10조에 육박한다. ‘침상에서는 부부, 내려오면 손님’ 부부라도 침상에서만 부부라는 뜻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유교의 영향으로 인해 성에 대해 문란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성을 숨겨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 여자는 정조를 잃지 않고 결혼하여야 하며, 남편이 죽으면 과부로 수절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첫날 밤 아내가 처녀가 아니면 파혼도 가능했을 정도였다. 성은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부부라도 혼인 증명서가 없으면 호텔에서 잠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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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중국이 유교적 성윤리가 급작스레 무너져 버렸다. ‘가난은 비웃어도 매춘은 비웃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정신문화를 길러줄 종교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서양의 유흥 문화와 성문화가 중국의 성윤리를 파괴해 이제 더는 성 자유화 현상을 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양에서도 처음부터 문란한 성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세엔 여성의 경우 기독교에서 신체 노출을 엄격히 금기시하면서 각선미를 드러내는 것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여성들이 다리를 드러내는 것이 허용된 것은 20세기 초중반으로 아주 최근이다. 피아노의 다리도 선정적이라고 하여 연주회를 할 때 천으로 가렸을 정도였고 1900년대 초까지 치마 길이는 발등을 덮는 것이 기본이었다. 

성생활에 대한 개념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기반의 문화 때문에 금욕적인 삶을 가장 도덕적인 삶이라 여겼다. 성을 인간의 원죄라는 생각 때문에 부부관계는 철저히 쾌락이 아닌 출산을 위한 목적으로만 치부되었다. 꼭 밤에만 성행위를 해야 하고 남자 주도하에 정상 체위만 인정되며 어떤 전희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종교계에선 이도 불안해서 성생활을 금지하는 날까지 제정할 정도였다. 이랬던 서양에서 성문화는 파격적으로 깨져버렸다. 이제는 아시아권으로 물밀듯이 들어와 그동안 유지했던 성문화를 피폐화시켰고 타락하게 만들고 말았다. 

오늘날 성문화가 쾌락의 경지로 치닫고 있고 산이란 산에 어지러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수많은 모텔 건물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피임약이 여성해방운동의 돌파구가 되었는지 비아그라가 세상을 어지럽혀 놓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갈수록 문란해지는 우리네 성문화가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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