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넘은 5천만원 빚, 최대 전액 탕감... 113만명 '새출발' 길 열린다
정부, 추경 1.4조 투입 '특별 채무조정'…'배드뱅크'가 낡은 빚 헐값에 매입
상환능력 없으면 '전액 소각', 일부 능력 있으면 원금 80% 감면 후 10년 분할상환
정부 "고의 연체 아냐, 철저히 심사할 것... 성실상환자 박탈감엔 양해 구해"
| | | 11일 서울 시내의 한 폐업 식당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 | |
[서울=더피플매거진] 빚의 굴레에 갇혀 고통받던 113만여 명의 금융 취약계층이 재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빚을 최대 전액 탕감해주는 파격적인 채무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19일, 30조 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위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핵심은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해 장기 연체자들의 낡은 빚을 사들여 정리해주는 것이다.
누가, 어떤 혜택을 받나?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혜택을 받는 대상은 7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한 5,000만 원 이하 채무자다. 정부 추산 약 113만 4,000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혜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액 탕감: 정부가 소득과 재산을 심사해,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가진 재산이 거의 없어 사실상 빚 갚을 능력이 전혀 없다고 판단되면 빚 전액을 없애준다.
원금 80% 감면: 빚을 다 갚기는 어렵지만, 일부 갚을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원금의 최대 80%를 깎아주고, 남은 금액은 10년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해준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라는 이름의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 이 배드뱅크가 은행 등 금융사들이 오랫동안 받지 못해 사실상 포기한 '나쁜 빚(장기 연체 채권)'을 헐값(약 5% 가격)에 전부 사들인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배드뱅크가 빚을 사들이는 즉시 모든 빚 독촉과 추심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추심 전화와 압류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채무자가 직접 신청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사가 대상 채권을 배드뱅크에 한 번에 파는 '일괄매입형'으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성실 상환자는 역차별' 논란은?
'꼬박꼬박 빚을 갚아온 사람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지적에 대해 정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양해를 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상자들은 이미 오랜 기간 극심한 추심의 고통을 겪고 있어 고의로 연체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철저한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정말 갚을 능력이 없는 분들만 엄격하게 선별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상환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어차피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의 재기를 과감하게 지원해,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사회 통합과 약자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