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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런 입관절차

등록일 2025년04월22일 19시51분

당황스런 입관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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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노병철


부고장이 날아오면 전에는 입관을 언제 하느냐를 물었다. 

입관 전에 문상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다. 그래서 입관 여부는 상당히 중요했다. 상주도 입관 전엔 상복을 제대로 입지 않고 어깨에 반쯤 걸쳤다. 입관하기 전에 ‘염’을 한다. 정확한 명칭은 ‘염습’이라고 해야 옳다. 그 뒤 이어지는 입관 때는 전 집안 여자들도 거칠디거친 삼베옷을 입고 도열했고 곡소리는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곡을 크게 하면 저승사자가 망자가 큰사람인 줄 알고 대우가 달라진다는 속설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애통하게 울부짖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로 그렇게 우는 장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마지막 전통 장례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세월은 흘러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상복조차 이젠 삼베옷이 아닌 검은색 옷으로 바뀌었다. 여름엔 온 살이 스쳐서 따가웠던 기억이 있는 집사람은 아직도 장모님 초상 때 기억이 나는지 머리를 흔든다. 하지만 이젠 장례식장에서 권하는 것조차 없다. 삼베옷 달라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그냥 치수만 대충 묻는다. 그리고 넥타이와 와이셔츠는 가져가도 되지만 옷은 반납해달라는 말만 한다.

서양 저승사자들은 눈이 어두워서 망자 곁에 있으면 같이 잡아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검은 색을 입고 있으면 저승사자들이 보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여자들은 모자에 망사까지 덮어쓰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좀 더 살아 보려는 서양인들의 생명에 대한 집착의 발로이다. 그런 문화를 외제라고 우린 고상한 척 빌려 사용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서양 장례식 장면이 멋있어 보였나 보다. 재벌 장례식장을 보니 절도 하지 않는다. 그냥 꽃만 한 송이 올린다. 

곧 절하는 것도 없어질 것이다.

장례식이 결혼식만큼이나 아주 간소화되었다. 

직계 자손이 아니면 절 두 번 하고 상주와 맞절하고 부조함에 부조 봉투 넣고 뻘건 소고깃국 한 그릇 먹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연세가 어떻게 되셨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아도 꼭 물어봐야 하는 것이라 생각 없이 돼지고기 수육을 더 달라는 친구 옆구리를 찔러 물어보는 것으로 끝이다. 돌아가신 분 연제가 아흔이 넘어서 그래서 그런지 마치 호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장례식장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친척 간에 모이는 날이 이런 날 아니면 없어서 인지 서로 안부 챙기느라 정신없다. 술잔을 들어 건배까지 하는 작태를 보여도 누구 하나 자제시키는 사람도 없다. 장례의 문화가 또 한 세대를 기점으로 예법은 허례허식으로 치부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저 그냥 잠시 망자와의 추억을 더듬어볼 뿐이다.

검은 옷을 입든 절을 하지 않든 다 좋다. 새삼 지금 와서 상주보고 곡하라고 하면 사람 꼴만 우스워진다. 귀찮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장례 절차에 무지해 장례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주는 상주에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일이다. 이게 요즘 대세인데 거스르다간 면박당하기 십상이라 쓸데없이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꼭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염은 소렴과 대렴으로 나뉘는데 옷을 입히고 묶는 것까지를 소렴이라고 하고 얼굴까지 덮은 행위를 대렴이라고 한다. ‘습’은 망자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드리는 것이기에 조문객이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염’하는 행위만 보는 것이다. 문제는 통상 입관 절차상 염하는 행위를 보게 되는데 이게 장례식장마다 다 다르다. 어떤 장례식장에는 소렴까지 다 보여주는 곳도 있고 또 어떤 장례식장엔 대렴전만 남겨 망자의 얼굴을 보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한 뒤 대렴과 동시에 입관하는 곳도 있다.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큰어머니 시신이 거의 벗겨진 상태로 나와 일일이 소렴을 하는 것을 다 보게끔 만든다. 대학교에 장례학과라는 것이 있어 장례사들이 다 젊다. 이제 간 큰 사람만 하는 장례사가 아닌 전문 직종이면 입관 절차도 통일시켜 소렴만하고 입관하는 것으로 통일했으면 싶다. 마음 같아선 대렴조차도 마친 뒤 입관만 하는 것을 친척들이 보면 어떨지 싶다. 망자의 얼굴은 이미 자식과 형제들은 다 보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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