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人] 서정필 씨, 모암봉 돌본지도 7년째
“이젠 안 오고는 안 돼요. 허허”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새벽 죽곡산(모암봉)에 올랐다. 올라갔는지 10분도 채 안되어 온 몸에 땀이 흐르고 모기들이 덤벼든다. 헉헉~ (어디에 계시지?)
어느 정도 올라가니 쉼터가 나왔다.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있어서 여쭤보니 어떤 분인지 아는듯 저 밑으로 가 보라고 하신다. 체육시설이 나타나고 그곳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한 분이 직접 데려다주겠다며 얘기를 한다. (모두가 다 아시네?)
주민인 구본학 씨는 “뒤로 올라왔구만. 앞으로 왔으면 만났을텐데..”라며 “여기 숲 길 다 그 사람이 넓힌 것이여. 공공근로자도 아닌데 개인이 봉사하고 있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서정필(59) 씨가 풀을 베고 있다.
그는 풀을 베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벌집이 있어서 그것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벌에 벌써 4,5군데나 쏘였다. 자리를 옮겨서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를 물어봤다.
“2004년 6월이었을거예요. 수도사업 공사한다고 사람들이 샛길로 다니는데 길이 좁고 풀에 자꾸 긁혔어요. 처음에는 칼로 몇 시간 베었는데, ‘이것을 어찌할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하다가 시장에 가서 낫을 사 와서 그때부터 풀을 베었죠. 처음에는 배도 땡기고 많이 힘들었어요.”
서 씨는 2004년에 위암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다리뼈가 닳는 증상을 겪어 고관절 수술을 받아서 뛰기에는 무리지만 걷는데는 괜찮은 정도이다. 그런 그가 등산객을 위해 다사읍사무소 뒷동네에서 매일 걸어와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모암봉을 7년 동안 돌보고 있는 것이었다.
“오해도 받았어요. 제가 매일 여기 와서 풀을 베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공공근로자인줄 알고 ‘여기 좀 베라’고 할 때는 맘 상한 적도 많았죠.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말렸어요. 그런다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뭐 하러 힘들게 그런 일을 하냐고 말이죠.”
하지만 그의 아내만은 달랐다. 그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지지했고, 새벽에 나가는 남편을 위해 물과 수건을 챙겨줬다. 그는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지원하는 든든한 아내 덕분이라며 물통을 가리키면서 활짝 웃는다.

모암봉은 처음 샛길 정도 나 있었는데, 서 씨 혼자서 몇 년 동안 돌을 빼내고 풀을 베고 가지를 쳐서 지금은 길이 많이 넓어졌다. 그 덕분에 사람들도 알아봐주고 2007년 달성군에서 표창장도 받았다.
“요즘은 등산객들과 만나면 인사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래요. 고마워하는 분을 만날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웃음) 한 번은 어떤 분이 저 주시려고 박카스를 가져왔었는데 하필 그날은 제가 안 나온 거예요. 그걸 바위 뒤에 숨겨놨다가 다음에 받은 일도 있었어요. 안 나오면 걱정하는 분들이 계셔서, 이젠 안 오고는 안 돼요. 허허.”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사연을 제보한 엄은호 씨가 찾아왔다.
“지역 근로자도 잘 안 오는데 이 분은 아무 보상 없이 스스로 묵묵히 몇 년 동안 풀을 베는 등 선행을 해 왔어요. 그래서 몸에 부딪히는 풀들이 지금은 깔끔히 정리되고 산을 다니는데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조금만 땀나도 못하는데 일회성도 아니고 지역주민을 위해서 꾸준히 한다는 것은 표창 받을만한 일입니다.”
이른 새벽에 왔다가 아침 해가 뜰 때에 돌아가기 때문에 누가 일을 했는지 잘 모른다. 다만 등산객은 길이 좀 넓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몇 년을 한결같이 해 온 서정필 씨를 보면서 선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만남이었다.
선행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얼굴이 밝다. 그는 과거 몸이 아픈 적이 없었던 것처럼 얼굴이 환했다. 선행을 한 사람이든, 그것을 나타내어 칭찬한 사람이든 모두가 아름다워 보였던 모암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