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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반전】

등록일 2017년03월19일 23시41분

상식의 반전

마타 하리는 미녀 스파이의 원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파이 역사에는 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 스파이의 활동은 은밀해 눈치 채기 어렵다. 그들은 여색에 빠진 남성들을 치마폭에 휘감고 쥐락펴락했다.

 

전통적으로 미인계를 잘 활용한 나라는 중국이다. 역대 중국의 병가(兵家)를 집대성한 36라는 것이 있다. 36는 승전계(勝戰計), 적전계(敵戰計), 공전계(功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倂戰計), 패전계(敗戰計)  6가지에 다시 각기 6가지의 병법을 나열한 것이다. 마지막 패전계(승산이 없는 불리한 상황) 6가지 병법 중 첫 번째에 등장하는 31계가 미인계다. 미인계는 허니 트랩(honey trap)’이라고 해서 달콤한 꿀 속의 함정에 비유한다. 미인계의 주인공을 뜻하는 프랑스어 팜파탈(femme fatale)’ 여성의 팜과 파멸로 이끄는이라는 뜻의 파탈이 합쳐진 말이다.

 

섹시함과 지성미, 능란한 사교술은 미녀 스파이들이 갖는 공통점이다. 일본 최고의 스파이는 가와시마 요시코(川島芳子, 1907~1948). 청나라 왕족 출신이지만 패망 이후 일본 경찰국장의 양녀가 돼 훗날 일본 스파이로 활동했다. 남장 미인을 즐겼으며, 일본 만주국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중국에서 매국 행위로 체포돼 총살당했다. 영화 색계(色戒)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중국의 여성 스파이 정핑루(鄭平如) 1930년대 상하이 사교계의 꽃으로 불렸다. 뛰어난 미모에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국민당 정보기관에 포섭된 그는 일본 고관들을 상대로 고급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맡았다. 정핑루는 친일파 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 딩모춘(丁默邨)에게 접근해 그를 죽이라는 지령을 받았다. 두 차례 암살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결국 체포돼 총살당했다. 최근에는 2010년 미 FBI에 체포돼 추방된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채프먼 등이 있다.

 

한국판 미녀 스파이로는 김수임(1911~1950)이 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대사관 통역을 지낼 정도로 인텔리 여성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해방 후 미8군사령부 헌병대장 존 베어드 대령과 동거했다. 베어드와 동거하면서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 초대 외교부장을 지낸 첫사랑 애인 이강국에게 미군 정보를 넘겼다. 당시 삼각관계의 주인공이자 인텔리 여성의 간첩사건은 장안의 최대 스캔들이었다. 김수임은 1950년에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08 AP통신은 베어드가 북한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정보를 가지지 못했으며, 이강국이 실제로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수임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누가 뭐래도 미녀 스파이의 대모는 네덜란드 출신의 무희 마타 하리(Mata Hari, 1876~1917). 본명은 마르가레타 게르트뤼다 젤러(Margaretha Geertruida Zelle). 마타 하리는 인도네시아 말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이다. 파리에서 댄서로 활약할 당시 썼던 예명이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파리 물랭루즈에서 뇌쇄적인 스트립 댄스를 선보이면서다. 대중 앞에서 옷을 벗는 일이 흔치 않던 시절에 일곱 겹의 베일을 하나씩 벗어가면서 알몸을 드러내는 도발적인 춤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이후 이국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댄서로 이름을 날렸고, 사교계의 꽃으로 거듭났다. 그는 매혹적인 미모를 이용해 프랑스 군부와 정계 고위층, 재계 인사, 네덜란드 총리, 프로이센의 황태자 등 많은 유력 인사들을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였고, 이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독일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마타 하리가 실제로 수집한 정보를 독일에 넘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마타 하리는 프랑스 측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프랑스 정보기관에 반역죄로 체포돼 사형을 받았다. 결국 빼어난 미모는 그를 이중 스파이가 되게 했고 불행한 최후를 맞게 했다. 마타 하리의 이야기는 미녀 스파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용되고,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아름다우며 신비로운 스파이로 불리고 있다.

 

미녀 스파이의 원조는 마타 하리일까? 그렇지 않다. 마타 하리는 미녀 스파이의 원조라기보다는 현대판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스파이는 문명의 초창기부터 매춘에 이어 두 번째로 내려온 직업이라고 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서시(西施)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미녀 스파이로 통한다. 서시의 이름 앞에는 항상 침어(沈魚)’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물고기가 강물에 비친 그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헤엄치는 것을 잊고 점점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는 일화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그는 절세미인으로 중국의 4대 미녀(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점령할 궁리를 하던 차에 충신 범려가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서시를 오왕 부차에게 보내는 미인계를 제안했다.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 만큼의 미인)을 갖춘 서시의 유혹에 넘어간 오왕 부차는 국정을 돌보지 않았고, 그 틈을 타 구천은 오나라로 쳐들어갔다. 서시의 미색에 빠져 정치를 태만히 한 부차는 결국 구천에 의해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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