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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돌아온 낙동강

등록일 2015년01월26일 18시17분

  <달성人 서정길 Essay>                            
                                                 내게로 돌아온 낙동강

 유난히 물을 좋아했다.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나고 자란 탓에 물과 인연이 각별한 것이리라. 한 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큰 바다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넘칠 땐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바다였다. 하지만 강변의 은빛 모래에서 느꼈던, 어머니 젖무덤 같은 포근함이 바다에는 없었다.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낙동강은 누렁이 암소와 함께한 놀이터이자 나만의 사유공간이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숨고르기를 하는 오후에는 날치가 은빛 군무를 펼치던 강이었다. 백사장은 또래끼리 씨름하며 뒹굴던, 세상에서 가장 큰 링이었다. 덥다 싶으면 냅다 달려가 강물에 첨벙 뛰어들어 수영을 즐겼고 입술이 파랗게 변할 때면 모래찜질로 몸을 데우곤 했다. 뛰노느라 온몸은 햇볕에 그을려 영락없는 깜둥이로 변했어도 강의 유혹은 가을 햇살이 여물어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강가 풀밭이며 모래밭은 누구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대구 근교에서 이름난 유원지를 꼽으라면 단연 사문진이 아닐까 싶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행락객이 모래찜질을 즐겼다. 봄과 가을에는 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유명했다. 강정에서 굽이쳐 휘돌아 흐르는 강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유원지 언덕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킬 만큼 풍광이 뛰어났다. 가야산을 배경으로 한 일몰 또한 황홀하다. 사진에 담아내느라 셔터 누르는 소리에 물새가 날아오른다. 60~70년대를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삶의 휴식처이자 위안을 준 사문진 이었다.

 오래 전이었다. 뉴스 머리기사에 오염된 낙동강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강바닥까지 시커멓게 변해버린 사문진 곳곳에는 썩어 널브러진 고기떼와 온갖 부유물과 기름때가 뒤범벅되어 있었다. 처절하게 파괴된 강은 더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바라보는 것조차 역겨웠다. 멱을 감고 조개를 잡고 모래성을 쌓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강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하여 오랫동안 그곳을 찾지 않았다. 다시는 추억을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죽음의 강을 떠올리기도 싫었다.

 몇 해 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살리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갔다. 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진 않았으나 사업이 끝난 지금 낙동강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라져 있다. 아직도 보에 대한 장단점을 두고 찬반논란이 없진 않지 않다. 다만, 경제적인 실익을 접어두고라도 시야에 펼쳐진 강은 어릴 적 모습으로 환생하고 있는 듯하다. 거대한 하수구로 변했던 강은 비로소 맑고 깨끗한 물을 품고 유유자적 흐른다.

 사문진이 새롭게 변해 있다. 주막 촌은 옛 정취를 일깨운다. 홀로 사문진을 지킨 400년 된 팽나무는 굴곡진 역사를 보듬는다. 나루터에는 관광객을 위한 뱃길도 열렸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절경을 이루던 강정도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강정은 현대 미술제가 부활하면서 설치예술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낮에는 배 모양으로 밤에는 독특한 조명으로 눈길을 끄는 디아크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변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에서 잠시 번잡한 일상을 내려놓는다.  

 달성을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은 길이만 58km에 달한다. 넉넉한 수량은 영남의 젖줄이다. 어머니 품처럼 너른 수계에는 체육시설과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물길을 따라 은륜 행렬이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강정 도류제에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 숲을 만들었다. 가야금을 형상화한 강정보는 4대강 수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명품보(洑)다. 하구에 위치한 달성습지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비슬산 주봉이 지켜보는 낙동강 끝자락엔 조선 성리학의 거두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혼이 깃든 도동서원은 정신문화의 산실이다. 전망대에 올라 강을 흠모하는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태백의 맑은 물길 굽이쳐 다다르니
넉넉한 수량 내어 낙동강 이라네
긴 여정 쉬어갈까 낙조에 길 물으니
이곳이 달성이라 하더라.
그 옛날 풍광에 취한 선비
낙동팔경(洛東八景)을 읊조리니
강은 시(詩)가 되고 숲은 노래되어
달성의 푸른 꿈
문화로 꽃피우리라.

 오늘따라 물빛이 청정하다. 낙동강은 달성의 소중한 보물을 가득 싣고 유년의 꿈이 되어 내게로 다가온다. 바람이 이는 강 언덕에도 붉게 물든 노을이 다가선다. 불신했던 세월을 강물에 흘러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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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장(前 달성군 안전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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