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림파, 김굉필의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동서원
도동서원, 선비의 숨결을 느끼고 유학을 읽다
-달성관광 나들이, 제5코스 ‘도동서원’
본보는 봄을 맞이하여 달성군을 대표하는 레포츠 문화시설 및 나들이 코스를 연재해 왔으며, ‘육신사’, ‘마비정 벽화마을’, ‘남평문씨 세거지’, ‘사문진’에 이어 그 마지막 코스로 ‘도동서원’을 소개한다.
도동서원(道東書院)은 김굉필(金宏弼, 1454∼1504)의 도학과 덕행을 숭앙하기 위해 세운 서원으로, 현재 구지면 도동리 35에 있다. 현풍에서 구지면사무소를 지나 낙동강을 오른편에 끼고 약 4㎞쯤 가면 닿는 곳이다.

김굉필은 조선 유학사를 더듬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인물로 조선의 양대 중심세력인 훈구·사림파 중 고려 말 정몽주에게서 비롯되어 길재·김숙자·김종직에게 차례로 전해진 사림파의 적자라 일컬어진다.
서울 정릉동에서 태어났으나 증조부가 현풍 곽씨에 장가들어 서흥 김씨의 세거지가 된 현풍에서 성장했다. 18세 때 이루어진 박씨 부인과의 혼인은 김굉필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합천군 야로의 처가 근처에 한훤당이라는 서재를 짓고 학문에 열중했고 동시에 세거지인 현풍과 처외가인 성주의 가천 등지를 오가며 그곳의 사류들과 교류하여 견문을 넓혔다.
김굉필은 조광조·김안국·성세창·이장곤 같은 쟁쟁한 인물들을 제자로 배출할 정도로 생전부터 후학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정작 그의 학문과 사상을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두 번의 사화를 겪으면서 그의 저술이 거의 모두 불태워졌기 때문이다.

도동서원은 원래 1568년 현풍 비슬산 기슭에 세워져 쌍계서원이라 했으나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려 지금의 자리로 옮겨 건립했고 1604년 사당을 먼저 지어 위패를 봉안하고 이듬해 강당 등 서원 일곽을 완공했다. 도동서원의 명칭은 1607년에 사액 되었는데 ‘성리학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1865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에도 훼철되지 않은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로 병산서원·도산서원·옥산서원·소수서원과 더불어 5대 서원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엔 전국 최초로 서원사액 봉행을 재현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풍에서 도동리로 넘어가는 고개, 다람재에서는 도동서원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다. 다람재는 산등성이의 모습이 마치 다람쥐와 흡사하다하여 예부터 다람재라 불리었으며, 요즘은 도동서원으로 향하는 자전거 애호가들의 주요 쉼터가 되고 있다. 다람재에 다다르면 자동차의 창문만 내리더라도 멀리서 불어오는 삼림의 강바람을 맞을 수 있고 도시의 잡내가 사라져 숨다운 숨을 쉴 수 있다.

다람재를 조금 지나 경사가 높은 고개를 지나면 도동서원이 빠끔히 모습을 드러낸다. 도동서원 입구에는 수령 400년의 늙은 은행나무가 가지를 잔뜩 드리우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뒤편에는 한 두품에 넣을 수도 없는 커다란 가지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휘어져 지반과 맞닿고 있어 고목의 수령을 짐작케 했다. 보호수를 제외하고도 도동서원 입구에는 수많은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있으며, 특히 가을에는 단풍잎에 노랗게 들어 장관을 이룬다 한다.
도동서원을 구성하는 사당은 차례로 수월루(水月樓), 환주문(喚主門), 중정당(中正堂), 내삼문((內三門)이다. 물 위에 비친 달빛으로 글을 읽는다는 뜻을 가진 수월루는 공부하던 유생들이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풀던 곳으로 2층 누마루에 오르면 넘실거리는 낙동강과 푸른 임목 및 고령 개진면 일대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환주문을 지나면 행사와 교육의 중심 건물인 중정당이 나타난다. 중정당은 앞면 5칸, 옆면 2칸 반 규모로 이곳은 여러 행사 및 학문의 강론장소로 사용되었으며, 앞마당 좌우에는 유생들이 기거하던 거인재(居仁齋)와 거의재(居義齋)가 대칭을 이루며 마주 보고 있다. 기단의 갑석 바로 아랫단 면석 사이에는 여의주와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머리 4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기단은 높이가 무려 150cm에 이르러 위용을 한층 드높이고 있다.

또, 암키와 수막새를 엇갈리게 끼워 장식한 도동서원의 토담은 재래토담의 본보기가 되고 있으며, 전국 토담 중 최초 보물로 지정될 만큼 전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강당 왼쪽인 북쪽으로는 네모난 작은 생단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향사 전날 살아있는 돼지를 이곳에 메어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생(牲)을 둘러싸고 ‘돌’이라 외치면 제관들이 생의 등급에 따라 ‘충’이라 답하며, 향사 전날 제수로 쓸 생을 품평한다.
내삼문을 들어서면 서원이 나타나는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김굉필 선생의 신주를 모시고 있다. 서원에서 행해지는 향사는 매년 음력 2월 중정일과 8월 중정일이고 제향공간인 사당도 이때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도동서원은 서원 건축이 가져야 할 모든 건축적 규범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서원으로 평가되며, 전체적으로 간결·소박하다. 현재는 달성문화재단과 도동서원 주관하에 소학성독과 더불어 전통예절 체험을 할 수 있는 ‘도동서원의 하루’, 서원에서 듣는 인문학 및 소학강좌 ‘도동 강학당’, 꽃 전시 및 특강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도동 꽃피다’, 도동서원의 가치와 한훤당 사상을 조명하는 ‘도동 학술포럼’이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주말, 도동서원에 들러 한훤당 김굉필의 정기와 조선시대 선비의 멋과 풍류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또, 도동서원과 가까운 유가사, 비슬산 자연휴양림, 현풍곽씨12정려각, 현풍석빙고 등의 주변명소도 함께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볕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현풍에서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지쳐있던 일상에 콧바람도 넣어보고 이곳에서 평일의 스트레스가 확 날려 보내자.
배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