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용범 정책실장 "AI·반도체 초과이윤 전 국민 환원하는 제도 설계" 제안
_ 13일 삼성전자 5.9%·SK하이닉스 2.5% 동반 하락… 외국인 1.6조 매물 폭탄
_ 야권 "우미관식 정치·반시장적 기업이익 배급제" 맹폭하며 즉각 사퇴 촉구
_ 경제계 "석유와 반도체는 달라… 국가 빚 갚거나 재투자하는 게 우선“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더피플매거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이른바 '국민배당금' 제도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경제계 안팎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구상이 반시장적이라는 야권의 맹공과 함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까지 급락하며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불씨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11일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며 가칭 '국민배당금' 제도의 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노르웨이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해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사례로 들며, "AI 시대의 초과이윤이 사회 내부의 K자 격차를 확대할 수 있으므로 현세대의 사회 안정성에 사용하는 것은 체제 유지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 기업의 이익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AI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투심 악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급락
해당 발언은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혔다. 13일 오전 9시 15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91%(1만6500원) 하락한 26만2500원에, SK하이닉스는 2.51%(4만6000원) 내린 178만9000원에 거래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특히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 6000억 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에도 1조 6917억 원을 순매도하며 투심 악화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사후조정 결렬)과 더불어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이 반기업 정책으로 해석되며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한국 고위 당국자의 AI 세수 환원 언급 이후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야권은 일제히 김 실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맹폭을 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2일 "반도체 호황에 이재명 정부가 기여한 것은 없다. 오직 두 회사 임직원의 땀과 주주들의 인고가 만든 성과"라며 "형씨, 장사 잘되니 혼자 먹지 말고 사단에 돈 좀 내라고 하는 '우미관식 정치'이자 반기업 정책"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기업이 번 돈을 정부가 강제로 뺏어 나눠주겠다는 공산주의 배급 경제이자 공산당 본색"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체제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일시적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영구적 재원처럼 전제하고 반시장적 메시지를 내 세계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신호를 줬다"며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했고, 최은석·박수영 의원 역시 "기업이익 배급제",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라며 맹비난에 가세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자원 성격이 강한 노르웨이의 석유와 민간의 치열한 투자로 성과를 내는 반도체 산업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며 "추가 과세는 투자 유인을 줄여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초과 세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하므로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분배 체계를 만드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안정하다"며 "초과 세수는 우선 부채 상환에 쓰고, 여력이 있다면 혁신을 위한 재투자에 쓰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정치권의 이념 공방과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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