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텅 빈 병상만 늘리는 대구시, 길 위에서 쓰러진 생명은 누가 지키나
조여은 대표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었다. 임신 28주 차의 고위험 산모가 복통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올랐지만, 대구 지역 7개 대형병원은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결국 4시간가량을 길 위에서 헤맨 끝에 경기 분당의 병원에 도착했지만, 쌍둥이 중 첫째는 저산소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둘째는 뇌 손상을 입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참담한 사건은, 오늘날 대한민국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와 응급의료 체계의 뼈아픈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고 이후 대구시와 소방 당국이 내놓은 해명과 대책은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기는커녕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지자체와 보건 당국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무책임한지, 그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를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가장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대구시가 내놓은 ‘병상 확대’라는 미봉책이다. 시는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과 전문 인력 부족을 사고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정작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관내 대학병원들의 병상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스스로 "전문의와 전공의 부족 심화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시인하면서 병상만 늘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없는 병상은 그저 ‘빈 침대’에 불과하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운영할 의료진의 확보 및 처우 개선 없이 하드웨어만 늘리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응급의료의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마비되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대구시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며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도입했지만, 정작 생명이 경각에 달린 골든타임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병원들이 진료를 감당할 여건이 안 돼 직권 선정 권한을 행사하기 곤란했다"는 시 관계자의 변명은 직무 유기에 가깝다. 컨트롤타워는 평화로울 때 환자를 배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들이 한계에 달한 전시와 같은 응급 상황에서, 행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가용 자원을 쥐어짜 내 최적의 병원을 찾아내고 중재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송 과정 역시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다. 대구에서 수용이 불가능했다면 즉각 충청권이나 수도권으로 직행하는 ‘광역 응급 전원 시스템’이 가동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구급차와 자차를 번갈아 갈아타며 고속도로를 배회하는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길 위에서 허비한 4시간은 국가 단위의 응급 이송 연계망이 현장에서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지를 증명한다.
참사가 벌어진 뒤에야 상급종합병원장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고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태도는 지긋지긋한 ‘사후약방문’이다. 지역 필수의료 인력 부족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재난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경고등이 울려왔던 예견된 위기였다. 그럼에도 뾰족한 선제 대응 없이 골든타임을 놓쳐놓고, 이제 와서 ‘의료진 부족’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행정 실패의 면죄부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비극은 이미 일어났고, 잃어버린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지자체와 정부는 "인력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 무책임한 변명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의료진 없는 빈 침대를 늘리는 대신, 고위험 산모를 돌볼 거점 의료진을 어떻게든 확보할 실질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역 이기주의나 병원의 사정을 뛰어넘어 중증 응급 환자를 강제 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와 전국 단위의 촘촘한 광역 이송 체계를 즉각 재구축해야 한다. 그것만이 길 위에서 스러져간 어린 생명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마땅히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