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출퇴근 대란의 희생양, 대통령의 편협한 '노인 갈라치기' 정치
조여은 대표
매일 아침저녁, 숨 막히는 지옥철을 경험하는 국민들에게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혼잡 완화'는 절실한 과제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다소 충격적이다. 혼잡의 원인을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돌리며, 출퇴근 시간대(피크타임)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사회적 약자를 스케치북 삼아 갈등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편협한 갈라치기 정치'의 표본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철저히 통계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노인 승객의 비중은 전체의 8.3% 남짓에 불과하다. 혼잡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마법의 숫자가 아니다. 더 뼈아픈 사실은 그 시간에 지하철에 몸을 싣는 노인들의 대다수가 '마실'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물 경비, 미화원, 택배 등 이른 아침부터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하는 이 시대의 고단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 "출퇴근 시간을 피해 지하철을 타라"는 말은 사실상 "생계를 포기하라"는 폭력적인 선고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정책 추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 첫째, 자신의 정책적 무능과 구조적 한계를 덮기 위해 가장 만만한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고유가 시대에 대중교통으로 몰리는 수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책임을 방기한 채, ‘혼잡의 주범은 혜택을 받는 노인들’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세대 간 분노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는 얄팍한 포퓰리즘이자 사회적 갈등을 땔감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이다.
둘째, 민주적 절차와 국민적 합의의 실종이다. 1984년부터 40년간 이어져 온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단순히 교통비 문제를 넘어선 중요한 복지 근간이다. 연령 상향이나 시간대 제한과 같은 중대한 복지 체계의 개편은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치열한 사회적 숙의,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만 한다. 단지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군림하듯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지시는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혼잡의 진짜 원인은 명백하다. 전 국민이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야 하는 경직된 노동 문화, 인구와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만 기형적으로 몰려 있는 공간적 불균형, 그리고 좁은 환승 통로와 턱없이 부족한 열차 편성 등 인프라의 한계다.
진정으로 출퇴근 혼잡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칼끝은 노인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을 향해야 한다.
첫째, 기업들이 시차출퇴근제와 유연근무제,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노동 환경을 개편하여 수요 자체를 분산시켜야 한다. 둘째, 혼잡도가 극심한 노선(4호선, 9호선 등)에 대한 차량 증편과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역사의 구조 개선 등 인프라 확충에 국가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시대에 맞춘 대중교통 복지 개편은 출퇴근 대책의 하위 항목이 아닌, 별도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다루어져야 한다. 연령의 점진적 상향이나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적 지원 등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
정치는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약자의 권리를 빼앗아 다수의 불편을 잠시 덮어보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편협한 접근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노인 탓'을 멈추고, 대통령이라는 무게에 걸맞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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