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싸우지 않는 야당, '안방 챔피언' 중진들이 망치는 보수의 미래
더피플매거진 조여은 대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격랑 속에 있다.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의 독주 체제 속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에 요구되는 제1의 덕목은 강력한 여론전과 선명한 대여 투쟁이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국민의힘 의원 107명의 SNS 전수조사 결과는 충격을 넘어 허탈함을 안겨준다. 국민의힘은 지금 '야성(野性)'을 잃은 채 안락한 의원회관에 안주하고 있는 것인가.
1위와 107위의 극명한 온도 차, '전투력'은 각자도생인가
매일신문 최훈민 기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여 투쟁 강도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주진우 의원은 전체 787건의 게시물 중 86%에 달하는 673건을 대여 투쟁에 할애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박수영, 김민전, 박성훈 의원 등 상위권 의원들이 SNS를 '전장'으로 삼아 치열하게 목소리를 높일 때, 리스트의 하단부는 처참할 정도로 고요했다.
하위권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들이 야당 의원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서천호, 이소희 의원은 0건, 김태호 의원 1건, 김종양 의원 2건, 한기호·윤영석 의원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270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들이 느낀 '야당 의원으로서의 부당함'이 고작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였단 말인가.
중진들의 '침묵', 기득권만 지키는 노회한 정치
가장 뼈아픈 대목은 대여 투쟁 하위 20% 상당수가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정치는 세(勢) 대결이고, 야당의 목소리는 중진의 무게감에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조경태(6건), 주호영(13건), 박덕흠(4건) 등 당의 어른을 자처하는 이들의 기록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투는 초선들이 도맡고, 중진들은 뒷짐 지고 관망하는 '상왕 정치'의 폐해다. 공천 때는 중진의 '경륜'을 앞세우더니, 정작 치열한 여론전이 필요한 시점에는 '품격'이라는 핑계 뒤로 숨어버린 것은 아닌가. 싸우지 않는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수 없다.
SNS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민심의 창구'다
일각에서는 "SNS 활동이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디어가 곧 권력인 시대에 SNS를 통한 여론 형성 포기는 곧 대국민 설득 포기와 같다. 특히 대여 투쟁 비율이 한 자릿수이거나 1%대에 머무는 의원(유용원 1%, 김예지 2% 등)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지역구 경조사 사진과 행사 참여 기록으로 도배된 SNS는 '구태 정치'의 상징일 뿐이다. 정권의 독주를 막고 야당의 선명성을 보여줘야 할 시기에 자기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지지자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준다.
이번 통계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웰빙 정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싸우지 않을 거면 국회의원을 왜 하는가“
이 질문은 지금 국민의힘 소속 의원 모두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질책이다. 의원 배지는 지역구 관리용 훈장이 아니라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라고 국민이 빌려준 무기다. 침묵하는 중진과 게으른 의원들이 가득한 야당에게 내일의 승리는 없다.
지금이라도 스마트폰을 들고, 키보드 앞에 서서 민심의 분노를 대변하라. 그것이 야당 의원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