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 80% 반대한 호남은 '초고속 통과', 찬성 선언한 영남은 '스톱'… 거대 여당의 도 넘은 '국힘 길들이기’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재석 175인, 찬성 159인, 반대 2인, 기권 1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일사천리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킨 반면, 대구·경북(TK) 통합 특별법은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어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어두면서 '선택적 입법'이자 거대 여당의 횡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호남권 통합에 대해서는 지역 공무원 사회의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철저히 묵인한 반면, 영남권에 대해서는 일부 의회의 보완 요구를 '통합 반대'로 침소봉대하여 입법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는 국가 백년대계인 행정통합마저 철저하게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민주당이 적용한 '지역 여론'의 노골적인 이중잣대다. 최근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시지부가 광주시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80.6%가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 평가는 9.4%에 불과했으며, 노조 측은 내부 구성원의 동의 없는 통합은 사상누각이라며 졸속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지역 내의 막대한 반발 여론은 애써 외면했다. 오히려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은 전남·광주는 시·도민의 반대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통합 특별법을 단독으로 거수 표결해 통과시켰다.
▷ 대구시의회의 '찬성' 성명에도 또 다른 핑계 찾는 '움직이는 과녁’
반면 대구·경북의 상황은 정반대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 대구시의회와 경북 북부 기초의회 등은 당초 행정통합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면서도, 중앙 권한의 실질적 이양 담보와 구체적인 재정 지원책 등 세부적인 보완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단순한 '통합 추진 중단 촉구'로 치부하며 TK 통합법 처리를 일방적으로 보류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법안 보류 직후 불거진 민주당의 행태다. 대구시의회가 즉각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 의원 25명 전원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음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대구시의회의 성명으로 추 위원장이 내세웠던 알량한 보류 명분은 단숨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는 새로운 조건들을 내걸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정 대표는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 불발의 책임을 모조리 국민의힘으로 돌리며, 여당 지도부를 향해 "일단 석고대죄하고 대국민 사과하라", "잘못을 인정하고 싹싹 빌고 난 후 제안하라"는 등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한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경북 일부 시·군의회 의장단의 반대 입장을 거론하며, 기초의회까지 포함한 "통일되고 단일한 의견"을 가져오라고 압박했다. 100%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광주·전남 통합 시에도 분명히 존재했던 기초의회의 반대는 무시해 놓고 대구·경북에만 이를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입법권을 독점한 민주당이 국민과 지역민의 염원을 철저히 무시한 채, 행정통합을 '국민의힘 길들이기'용 카드로 전락시켰다는 중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권과 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민주당이 자신들의 핵심 텃밭인 호남에만 거대 지자체를 선물하려 했을 뿐, 보수 진영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이나 대전·충남 지역이 거대 지자체로 탄생하여 강력한 정치적 위상을 갖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합리적 의심'이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에 무리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끝없이 핑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입법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 내부에 갈등의 씨앗을 뿌리고 자신들의 압도적인 권력을 과시하려는 치밀하고도 냉혹한 정치 공학적 계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