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15년 이상 경력직 제한, 돌연 폐지 후 일반인 확대 재공고
_ 市 “형평성 민원 수용해 완화”… 제보자 “8년간 문제없던 기준 왜 갑자기?”
_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에 ‘배경 의혹’ … 전문성 저하 우려도
영천시청 전경.
[영천(경북)=더피플매거진] 경북 영천시가 농업인상담소 상담요원 채용 과정에서 수년간 유지해 온 자격 기준을 하루아침에 대폭 완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업직 15년 이상 경력자’라는 전문성 담보 장치를 없애고 일반인까지 지원 문턱을 낮추면서, 행정의 일관성 훼손과 함께 갑작스러운 기준 완화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13일 영천시와 제보자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월 6일 ‘농업 관련 분야(지도직·농업직) 1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요원 채용 공고를 냈다. 당초 1월 19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접수 시작 전인 1월 16일 돌연 해당 공고를 취소했다.
이후 약 3주 뒤인 2월 3일, 시는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한 재공고를 냈다. 필수 자격이었던 ‘15년 이상 경력’을 ‘우대 사항’으로 변경하고,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영천시 농촌지도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고 후 한 민원인으로부터 ‘농사 경력이 있어 상담이 가능한데 공무원 경력만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내부 검토와 노무사 자문을 거쳐 형평성 차원에서 자격 요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고, 면접 과정에서 전문성을 꼼꼼히 검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보자 A씨는 “지난 8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되던 채용 기준이 민원인 전화 한 통에 바뀌는 게 말이 되느냐”며 “관공서의 공고가 이렇게 쉽게 뒤집히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반발했다.
농업인상담소는 2008년부터 농업 기술 지도와 현장 애로 사항 해결을 위해 퇴직 공무원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해 온 자리다. 농업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로 상담소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퇴직 공무원은 “벼농사만 지은 사람이 포도나 와이너리 등 특화 작물에 대한 전문 상담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전문성 저하로 인한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석연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나, 무리하게 진입 장벽을 낮춰야만 했던 말 못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며 “지도직 인력난 해소와 형평성 제고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영천시는 면접 강화와 채용 후 교육을 통해 전문성 저하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칙 없는 ‘고무줄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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