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업무보고서 "환빠 논쟁 아느냐" 질문… 국힘 "기관장 면박주기·소신 강요 위험"
_ 이준석 "환단고기가 역사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 한동훈 "위서 결론 난 지 오래"
_ 대통령실 "연구 지시 아냐…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서울=더피플매거진]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 도중 언급한 '환단고기(桓檀古記)' 발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야권은 "검증된 학문을 무시한 유사 역사학 강요"라며 일제히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올바른 역사관 수립을 강조한 취지"라고 해명에 나섰다.
논란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생중계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단고기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른다. 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냐",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박 이사장이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입장 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14일 "국가 시스템에 개인의 소신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기관장 면박 주기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나 공공 직위에 있는 분들은 '내 편, 네 편'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원내수석부대표는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위서로 판단한 책"이라며 "팩트와 선동, 진짜와 사이비 사이에서 국민에게 소신을 강요한다면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비열한 모습을 보였다"며 "사소한 것을 모른다고 사람을 공개적으로 면박 주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 이준석·한동훈 가세… "대통령직은 설익은 취향 보이는 자리 아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걱정된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꼬았다.
그는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나오는 등 고고학적 증거와 충돌하는 위작"이라며 "검증된 학문과 유사 역사학을 '관점의 차이'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14일 SNS를 통해 "대통령직은 설익은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한 전 대표는 "역사학계에서 만장일치로 위서로 결론 난 사안을 두고 의미 있는 논쟁이 계속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이라며 "실제로 믿는다면 공적 자리에서 꺼내지 말고, 아는 척한 거라면 더 무게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장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진화에 나섰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를 언급한 것"이라며 "친일 행적,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서도 어떤 문헌과 전문 연구에 근거한 것인지, 올바른 국가 역사관이 확립돼 있는지 묻는 취지의 질문 중 하나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가 썼다고 알려진 상고사 서적으로 한민족이 유라시아를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주류 역사학계는 이를 후대에 조작된 위서(僞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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