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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칼럼] 불꽃을 찍을 것인가, 그릴 것인가

등록일 2025년11월18일 15시03분

[포토칼럼] 불꽃을 찍을 것인가, 그릴 것인가

한돌

 

노융성 기자 노융성 기자

 

20회 부산불꽃축제 가운데 나는 13번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해마다 같은 하늘, 같은 바다 위에서 터지는 불꽃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겐 늦가을 밤을 수놓는 축제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작품의 소재이며, 어떤 이에게는 또 한 번의 인증샷일 뿐이다. 결국 정답은 없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일 뿐이다.

 

불꽃축제 날이면 전국에서 수만 명의 사진가들이 몰려든다. 그들 각자는 자신만의 포인트를 선점하고 삼각대를 고정한 채, 준비해 온 매뉴얼대로 셔터를 누른다. 이른바 관광사진이다. 노출도, 프레임도, 앵글도 비슷한 사진들이 축제가 끝난 뒤 인터넷을 가득 메운다. 사진 입문 1년 차만 돼도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이다.

 

부산불꽃축제 @노융성 기자 부산불꽃축제 @노융성 기자

 

우리는 흔히 불꽃사진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고정관념이야말로 이미 고장 나 버린 생각일지 모른다. 그것을 소신이라 부르고, 철학이라 이름 붙인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되지는 않는다. 발전이 멈춘 신념은 오히려 발목을 잡듯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만 맴도는 것이다.

 

세상을 꺾고, 뒤집고, 비틀어 보라는 말은 트롯 가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더 이상 기계장치로만 대하지 않고, 하나의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나는 사진과 그림을 40년 넘게 함께 해 오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진과 회화를 가르는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경험을 했다. 사진이면 어떻고, 그림이면 어떤가. 내가 보고 느낀 세계를 얼마나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2007년부터 나는 불꽃 그리기에 도전했다. 불꽃을 찍는 대신, 카메라로 불꽃을 그리는작업이었다. 셔터 스피드를 늘리고, 손으로 일부러 흔들며, 빛의 궤적을 종이에 선 그리듯 화면 위에 끌어냈다. 카메라를 드로잉 붓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그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부산불꽃축제 @노융성 기자 부산불꽃축제 @노융성 기자

 

남들이 가지 않는 길도 끝까지 걸어가면 오솔길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등산로가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해받지 못하는 시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길이 되는 것이다. 예술은 즐겁지만 동시에 고난의 길이다. 이해받지 못하는 시간,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을 건너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은 거창한 재능이 아니라, ‘작지만 성실한 실행이다.

 

지금 내 작업실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불꽃 사진·그림이 2,000점이 넘게 쌓여 있다. 처음 셔터를 흔들어 보던 날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지만 성실한 실행이 결국 우리를 전에 없던 세계로 이끌어 준다는 사실이다. 불꽃은 잠시지만, 그 불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실험은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다.

 

금정산 예죽실에서

한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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