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고령보 앞 ‘우륵문화마당’, 안내판 지워지고 카라반만 방치
수억 원 들여 조성한 로타리 숲·메타세쿼이아길, 잡목·멧돼지 서식지로 전락
고령군 “국비 줄어 관리 어렵다”… 담당자는 기념비·현장 상황조차 ‘몰랐다’
17일, 고령군 우륵문화마당 초입의 안내 표지판이 글자가 거의 지워진 채 방치돼 있어 무엇을 알리는지 분간조차 어렵다. @조여은 기자
[고령(경북)=더피플매거진]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강정고령보 인근, ‘대가야’와 ‘우륵’의 이름을 내건 ‘우륵문화마당근린공원’이 사실상 관리에서 버림받은 ‘유령공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우륵문화마당은 을씨년스러운 풍경 그 자체였다. 공원 초입의 ‘우륵문화마당’ 표지판은 글자가 거의 지워져 무엇을 알리는 안내판인지 분간이 어려웠고, 주차장 진입로는 빗물에 패인 흙먼지 길로 변해 있었다. ‘캠핑 금지’ 현수막 옆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카라반 한 대가 흉물처럼 방치돼, 이용객을 맞이하기보다는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숲은 사라지고, 멧돼지 털만 수북”… 로타리 숲의 현재
공원 내부로 들어서자 상황은 한층 더 심각했다. 우거진 숲과 갈대가 자전거길을 집어삼킬 듯 뒤덮어 자전거도로 진입조차 주저하게 만들었고, 산책로 역시 관리가 중단된 채 자연의 숲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이른바 ‘로타리 숲’ 구역이었다. 2012년과 2018년 등 수년에 걸쳐 국제로타리 3700지구와 ‘낙동강 생명의 숲 실천본부’가 조성했다는 기념비 4개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로타리 기념공원은 2012년 조성 당시에는 은행나무 70그루, 벚나무 30그루, 느티나무 7그루를 심고, 장수·정숙·장엄함을 상징하는 은행나무를 350m에 이르는 산책로에 늘어세워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삼림욕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17일, 고령군 우륵문화마당 내 ‘로타리 숲’에 기념비만 덩그러니 서 있다. 2018년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조성됐다는 기념비가 무색하게, 현장은 사람 대신 멧돼지가 드나드는 잡목 지대로 변해 있었다. @조여은 기자
그러나 2018년 식재했다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숲길’이라 적힌 기념비와 달리 현장은 정체 모를 잡목이 뒤엉킨 채 방치돼 있었고, 그 사이로 멧돼지 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람 대신 야생동물이 드나드는 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숲 조성에 기부한 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기념비는, 잡목과 멧돼지 흔적만 남은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원 인근 공중 화장실 또한 청소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차마 들어갈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태였다.
고령군 “국비 줄어 관리 어렵다”… 담당 공무원 “로타리클럽 처음 듣는다”
우륵문화마당의 관리 주체는 고령군이다. 고령군 하천과 담당자는 취재진의 문제 제기에 예산 부족을 가장 먼저 꺼냈다.
담당 공무원은 “국비가 내려와 시설을 했고, 군비를 넣어 별도로 관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국비가 계속 줄어 지금은 자전거 도로 풀 베는 것만 해도 버거운 상태”라고 해명했다. 사실상 관리 부실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로만 돌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담당자가 현장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로타리클럽 기념비와 사라진 숲의 실태를 묻자, 이 담당자는 “로타리클럽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기념비 존재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우륵문화마당에 직접 방문해 본 적이 있는지조차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수억 원의 민간 기부와 국비가 투입된 공원이, 정작 관리 책임을 가진 지자체 담당자에게조차 낯선 ‘남의 공원’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국가정원 노리는 지자체들”… 고령군의 역행
최근 전국 각 지자체는 국가정원 지정을 받기 위해 정원·숲 조성, 수변 공간 정비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광객 유치와 도시 브랜드 제고를 위해 수목 한 그루, 화단 하나까지 경쟁적으로 가꾸는 모습과 비교하면, 로타리 숲과 우륵문화마당의 현재는 더욱 대비된다.
담당 공무원은 “내년 예산을 확보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현장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채 ‘예산 탓’만 반복하는 답변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수억 원의 민간·국비 예산이 투입된 공공공간이 이렇게 ‘유령공원’으로 방치되는 동안,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고령군의 진지한 답변과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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