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실금“ 대변이 샌다구요?
항문은 우리 몸의 수많은 구멍 중 하나이다. 그 중에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할 구멍, 항상 닫혀 있어야 할 구멍, 열어야 할 때 열리고 닫혀야 할 때 닫히는 구멍이 있다. 이 중 항문은 열릴 때 열리고, 닫힐 때 닫혀야 하는 구멍이다. 더불어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면 우리가 힘을 주어 닫을 수도 있고, 힘을 빼서 열 수도 있는 아주 신기한 구조로 되어있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열려 있어야 할 때 닫혀있고, 닫혀 있어야 할 때 열려있고, 더 나아가 본인은 닫힌 것인지 열린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것이 변실금이다. 요실금이 소변을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면, 변실금은 대변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변실금(便失禁, fecal incontinence)은 대변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소화기 질환으로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나오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서구의 경우 변실금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총 인구의 약 0.1~2%, 65세이상의 약 7%가 되고, 국내에서는 동양적인 관습 때문에 노출되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한다면 20만~6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는 증가되어 한 연구에서는 노인병동 환자의 약 32%가 변실금을 경험한다고 한다.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다산의 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에서 많다고 한다. 이 통계는 “제가 변실금이 있습니다.”고 이야기 한 솔직한 사람들이고, 더 많은 사람이 부끄러움에 차마 그렇다고 이야기 하지 못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이렇듯 변실금은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기고 싶은 비밀임에 틀림없다.

변실금으로 항문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어르신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은 내 마음과 달리 움직임이 둔해진다. 마음은 이팔청춘이나 몸은 칠순을 넘어가니 마음같지 않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변실금도 그렇다. 보통의 항문질환 환자라면 열에 아홉은 변비를 호소하며 변을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시지만 특이한 것은 오히려 변을 단단하게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있다. 변실금 환자분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이다. 며칠 전 병원에 내원한 할머니 한 분은 변실금 때문에 쪼그려 앉아 밭일도 못하겠다고 하셨다. 쪼그려 앉는 그 자체로 변이 줄줄 새어나오니 도무지 일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사가 잦은 변실금 환자의 경우 오히려 변을 단단하게 볼 수 있도록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줄줄 새어 나오진 않을테니 임시방편은 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변실금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변실금을 두 번째로 많이 호소하는 사람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이다. 여자들의 경우 분만으로 인해 외음부 신경 장애나 괄약근의 손상 혹은 지나친 변비로 인해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신속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보통 많이 좋아진다. 아기들도 변실금이 있다. 아기들의 경우 변비가 심하면 장 속에 있는 변 덩어리가 밀려져 나오는데, 이 또한 일종의 변실금이라 할 수 있다.
진료실로 키180cm, 몸무게 75kg정도 되어 보이는 훤칠한 남학생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당연히 치질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이 멀쩡한 총각이 변실금이란다. 최근 비데 사용이 급증하면서 20~30대 남녀의 변실금 환자가 생겨나고 있다. 비데를 이용해 항문을 깨끗하게 씻고, 건조해주면 그것만큼 좋은 항문 관리가 없지만 이 비데에 있는 ‘쾌변기능’은 항문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 이는 강한 물살을 이용해 항문 안쪽을 자극시켜 변 찌꺼기를 씻어내는 기능을 말하는데, 이를 자주 사용할 경우 항문괄약근 기능에 이상을 주어 변실금을 간혹 유발한다. 그러므로 비데를 사용하여 변비를 개선할 것이 아니라 약한 물살로 휴지대신 항문을 씻어내고, 뽀송뽀송하게 건조해 주는 것이 비데의 가장 올바른 사용법이라 할 수있다. 더불어 비데 대신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1회 5분 정도, 하루 3~4회씩 항문을 이완시켜주는 좌욕을 하는 것이 변비 개선에는 더욱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