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반전】
우유를 마시면 설사한다?
우유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아왔다. 인류학자들은 기원전 1만년경부터 유럽과 중동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종족들이 우유를 식품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가 우유를 식품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은 기원전 4000년경 이라크의 메소포타미아의 우르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1285년경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한다. 우유로 식품(유락, 乳酪)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고려 우왕 때는 국가상설기관으로 ‘유우소(乳牛所)’라는 목장을 두고 왕실과 귀족 등 특권층에게 우유를 하사했다. 유우소는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고급 식품이었던 우유는 1902년 구한말 농상공부 기사로 근무하던 프랑스인 쇼트가 홀스타인(Holstein) 젖소를 들여오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우유를 그대로 마시지 않았다. 버터나 치즈를 만들 때 우유를 사용했다. 20세기 들어 유제품 기업이 등장하면서 우유시장이 확장됐다. 이때부터 우유가 영양가 높은 훌륭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웰빙생활의 ‘하얀 보약’ 우유. 우유에는 지방질의 작은 알갱이가 있다. 이 알갱이들이 빛을 난반사시켜 우유를 희게 보이게 한다. 우유는 ‘완전식품’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 무려 114가지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
특히 칼슘은 우유의 우수성을 뒷받침하는 대표 성분이다. 우유 한 컵에는 250~300mg의 칼슘이 함유돼 있다. 우유 속 칼슘은 치즈나 멸치 등 다른 식품에 비해 함량이 떨어질 수 있지만 흡수율이 가장 높다. 청소년의 성장에 필요한 칼슘을 보충하는 데 최고다.
우유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최고 식품이다.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이 간의 알코올 성분 분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음주 전 우유 한 잔은 위를 보호해준다. 또 피부를 깨끗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우유 속의 철분은 피부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비타민 B2는 피부에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타민 E와 카로틴은 활성산소를 없애주어 피부 조직 재생에 효과가 있다.
우유를 매일 한 잔 마시면 뇌를 활성화시켜 기억력과 이해력이 증진된다는 미국 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우유 목욕을 즐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우유만 마셨다 하면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유가 설사를 유발한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유는 유산균의 정장 작용을 통해 장을 건강하게 해준다. 우유를 마신 후 설사를 일으키는 것은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에 의한 결과이지 장의 건강이 안 좋아서 생기는 현상은 아니다.
유당은 포유동물의 젖에만 들어 있는 탄수화물이다. 우유와 모유의 주요 당분으로 소화효소인 락타아제가 필요하다. 유당은 소장에서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에 의해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로 분해돼야만 흡수될 수 있다. 하지만 락타아제가 없는 사람들은 유당이 소화되지 않은 채 결장으로 내려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면서 배가 아프고,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유당불내증은 소화·흡수 불량 증후군의 하나다.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결핍돼 유당의 분해와 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유당불내증은 서양인에게는 드물고, 흑인이나 아시아계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유당이 들어간 제품을 섭취하면 방귀를 분출하고 설사를 동반한다. 유당 분해 효소는 유아기에 활발히 생성되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성인이 될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하지만 유당불내증은 질병이 아니며,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