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반전】
달러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달러(dollar)는 미국의 통화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제통화다. 달러 외에 유럽의 유로, 일본의 엔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있지만 아직은 족탈불급의 수준이다. 지구촌 어디서나 자국 화폐처럼 쓸 수 있는 화폐로는 단연 달러가 최고다. 달러는 세계를 호령한다.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창설과 함께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중요한 국제 결제수단으로 채택된 이후 현재까지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러의 기원은 미국이다? 그렇지 않다. 달러는 원래 유럽 국가에서 통용됐던 은화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이 은화의 원조가 독일에서 화폐로 쓰던 요아힘스탈러(joachimsthaler)다. 탈러(thaler)라고도 한다.
탈러라는 이름은 지금의 체코 영토인 보헤미아 지방의 성 요아힘(St. Joachim)의 작은 골짜기에서 유래한다. 요아힘스탈(‘요하임의 계곡’이라는 뜻)은 보헤미안 마을의 야히모프에 있었다. 16세기 초 보헤미아가 신성로마제국에 편입되면서 야히모프도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중세 유럽의 보헤미아 지역은 은의 보고로 유명했다. 이곳은 프로이덴슈타인 성에서 여러 지역을 관할했던 쉬릭 백작이 관장했다. 쉬릭 백작은 1516년 야히모프의 요아힘스탈 골짜기에서 대규모 은광을 발견하고 은화를 주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성 안에서 비밀리에 은화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1520년 1월까지 계속됐다. 요아힘스탈러는 1519년 처음 제작된 은화의 이름. 은화는 원래 은광이 있던 계곡의 독일 이름인 요아힘스탈을 따서 요아힘스탈러굴덴(Joachimsthalergulden) 또는 요아힘스탈러그로셴(Joachimsthalergrochen)으로 불렸다. 줄여서 요아힘스탈러 또는 탈러그로셴(thalergroschen)이라고 부르다가 탈러로 통일했다.
탈러의 품질은 독일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 호평을 받았다. 16세기를 거치는 동안 1500여 가지의 탈러가 독일어권 국가에서 제조됐다. 탈러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주화로 떠오르면서 점차 화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탈러는 국경을 넘어 다른 고가 은화들의 이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탈리아에서는 ‘tallero’, 네덜란드에서는 ‘daalder’,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daler’, 영국에서는 ‘dallar’로 변했다. 그런데 정작 달러의 기원이 된 독일은 1873년에 탈러에서 마르크로 화폐 이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