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반전】
아랍과 무슬림은 같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이 비행기 테러 공격을 받는 전대미문의 대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다는 점에서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고도 부른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초대형 동시다발 테러는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자부심’이었던 맨해튼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한순간에 처참히 무너졌다. 워싱턴 DC의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도 공격을 받아 곳곳이 파괴됐다. 이날 대참사로 3,00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9·11테러 전후로 미국의 현대사가 나눠졌다고 할 정도로 21세기 첫 10년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곧 알카에다 세력의 배후로 지목된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대대적인 알카에다 소탕 작전을 벌였다. 미국 정보 당국의 집요한 추적 끝에 2011년 5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알카에다의 1인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미국이 테러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테러리스트 섬멸에 나서고는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9·11테러는 이슬람이 테러와 폭력의 종교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서방에서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신도)의 폭력적 이미지가 덧칠됐다.
엄밀히 말해 알카에다는 이슬람을 표방하지만 그들은 이슬람의 본류가 아니다.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 집단은 극소수다. 이슬람과 테러리즘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자칫 큰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말이다. 세계사 교과서에도 실렸던 이 말은 한동안 우리 사회가 이슬람을 바라보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슬람은 호전적인 종교로 인식돼왔다. 이러한 폭력성이 이슬람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의 화근이 되고 있다고 비약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슬람 교리 어디에도 이런 문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서구학자들이 쓴 권위 있는 이슬람 관련 자료에도 이런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통 무슬림의 본산으로 아랍이나 중동을 떠올린다. 아랍과 중동은 의미가 좀 다르다. 중동은 유럽(특히 영국)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지역의 지정학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중동 지역을 타 지역과 구분하는 경계선은 애매모호하다. 중동 지역을 나타내는 통일된 지도는 없다. 반면 아랍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민족적·문화적인 특징을 표현한 용어다. 흔히 우리는 아랍인과 이슬람을 동일시한다. ‘아랍=이슬람’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아랍인은 모두 무슬림이다? 그렇지 않다. 아랍인 대부분이 무슬림이기는 하지만 모든 아랍인이 무슬림은 아니다. 아랍인이 무슬림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랍인의 정의는 문화적인 것이다.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아랍인 중에는 기독교, 유대교, 기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아랍인 중 약 8%가 기독교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구상에서 이슬람을 믿는 국가는 다양하다. 전체 무슬림 16억 명 가운데 아랍인은 3억 명 정도다.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순이다. 대륙별로도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슬림 알레르기’를 보이는 미국에도 무슬림이 적지 않다. 9·11테러 여파로 위축되기는 했지만 최대 1000만 명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한국인 무슬림도 4만 5000명쯤 된다. 재한 외국인 무슬림까지 합하면 전체 13만 7000여 명이 이슬람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