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변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 보다가 더피(Derpy)라는 호랑이 캐릭터에 눈이 꼽힌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인 진우의 반려동물인데 조금은 엉뚱하고 재미있게 생겼다. 화분을 실수로 쓰러뜨리고 그것을 바로 세우려는 행동에 왜 그렇게 친밀감이 가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민화에서나 봄 직한 호랑이가 세계적 호랑이로 재탄생한 느낌이다.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虎鵲圖)에 덩치는 크지만 우스꽝스럽고 큰 눈에 어딘가 좀 모자란 모습의 호랑이를 본다. 당시 최고 무서운 짐승이 호랑이였고 항시 도사리는 위협에 사시나무 떨듯이 떤 시기였다. 이 시기에 호랑이를 저렇게 그려 조롱하는 민중 의식에 새삼 웃음이 나온다. 호작도 호랑이가 까치와 함께 그림 속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바다 건너 미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호랑이로 변신한 것이다.
“왜 산신각은 법당 위쪽에 위치하나요?”
“그걸 왜 나한테 묻습니까. 그렇게 지어 놓은 주지 스님에게 물어야지.”
절에 가면 의외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산신각에 관한 질문이 참 많다. 산신(山神)은 산을 지키는 신령이다. 옛날에 산신이라 함은 호랑이였다고 보면 된다. 산속의 최고 권력자이고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과 함께 산신의 모습이 인간 모습을 가지게 되고 여신들이 한반도의 모든 산을 지배하게 된다.
유교가 들어오고 도교까지 들어와서는 산신 세계에 쿠데타가 벌어져 거의 모든 산에서 여신들은 쫓겨나고 남신으로 대체된다. 지금 지리산이나 일월산 정도가 경우 여신들이 악착같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참고로 여신이 상주하는 곳엔 절이 융성할 수 없단다. 지리산이나 일월산을 보면 산 덩치에 비해 절 숫자가 아주 빈약하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따위의 우매한 질문은 하지 않음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산을 점령한 남신(男神)들은 도교의 신선과 결합하여 그 모습이 아주 우아한 천인(天人) 모습으로 변하고 이 신선이 가장 강한 맹수인 호랑이를 깔고 앉아 있으므로 호랑이로 인한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역 토착 신앙을 불교가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시엔 부처님보다 더 위에 군림하고 있었지 않았나 추측을 해 보는 것이다.
다시 산신각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호랑이 자체가 산신’이었다가 후대에 도교·불교적 인물상이 겹쳐진 것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호랑이가 악귀를 쫓고 영혼을 지키는 수호령으로 인식됐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음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겠다. 일부 구전 설화나 무속에서 산신이 아예 호랑이로 등장하는 사례가 있기도 한다. 참고로 삼국시대~고려시대에 도교가 들어왔고, 절에 산신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 때부터이다. 이때부터 도교풍 복장을 한 백발노인이 산신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졸지에 호랑이는 ‘더피’ 꼴이 되어 버렸다.
“사업하는 분들은 꼭 산신각에 가서 절을 하세요. 산신은 재물을 줍니다.”
“확실합니까?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하십니까?”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고 돈이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