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오늘을 뭘 해 먹을까 하는 걱정은 주부라면 다 하는 걱정인 모양이다. 그래도 철마다 떠오르는 음식은 있기 마련이다. 감자 철이면 감자요리 이야기가 만발하고 정구지(부추) 철이면 정구지 요리법이 꽃을 피운다.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경외심까지 있는 전후 세대를 지나 경제개발을 부르짖었던 세대는 그나마 음식에 대한 조리를 조금은 한다. 지금 세대는 조리란 개념 자체가 없다. 뭘 줘도 해먹을 줄 몰라 버리는 세대다. 젊은 직원들이 식당 여사님들께 “이건 어떻게 만들어요?”라고 묻는 걸 보면 밥상머리 교육 제대로 받은 집안 여자다. 우리 애들은 뭘 해 먹는지 모르겠다.
서로 시간대가 달라 시집가기 전에 같은 밥상에서 밥 먹을 기회가 적어 밥상 교육까지는 상상조차 못 한 터라 내가 부덕한 까닭이라 생각하고 나의 딸을 며느리로 삼은 그 집 복이 ‘까지 것’이라 생각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음식은 사위가 다 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안사돈이 들었으면 허파 뒤집어질 사건이다.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라며 땅을 치며 통곡할지도 모르겠다.
암튼 요즘 젊은 애들이 집에 와서 나물 이름도 모르면서 맛나다고 쩝쩝대면서 먹는 걸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것저것 대충 비벼서 먹는 밥을 좋아하는 나로선 나물 반찬이 최고인데 아직 그 나물이 무슨 나물인지 이름은 잘 모른다. 자주 먹던 나물이라 맛은 안다. 봄나물만 아니면 쌉쌀한 맛이 나는 것은 별로 없다. 버무린 양념이 된장이나 참기름 혹은 들기름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취향껏 입맛에 맞는 것을 먹는다.
그런데 요즘 젊은 아줌마들은 이상한 나물을 먹는다. 이름도 모르고 생전 처음 보는 풀들이 상위에 올라온다. 이름을 물어보면 마치 노래도 못 부르는 가수가 이름만 외국 이름 갖다 붙이는 듯 전부 외래종이다. 한 젓가락 먹어보면 씁쓰레한 맛이 영 독하다. 도대체 뭔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참기름이나 좀 더 갖다 붓든지 하면 좋으련만 이상한 외국산 기름만 자꾸 처바른다.
“이 나물이 뭔 나물이요? 이런 고급 나물도 모르냐면서 핀잔을 준다. 무슨 무슨 나물이라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내 까먹었다. 안들 다시 찾을 나물은 아니다. 그냥 내 눈에 익고 맛있는 나물만 계속해 줬으면 좋겠는데 어디 자연인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이상한 나물을 먹으라고 막무가내 들이대면 참 곤란하다.
나 어렸을 땐 이런 풀은 염소도 안 뜯어 먹었다고 애써 외면하지만 젊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환장을 하고 먹는다. 맛있는 나물 다 놔두고 왜 이상한 풀떼기를 뜯어 먹을까? 암튼 취향도 참 가지가지이다.
언제부터인지 미나리를 생것으로 마구 씹어 먹더니 요즘은 돼지고기를 구워서 같이 먹는다고 난리다. 미나리는 살짝 데쳐서 먹으면 그 향이 얼마나 좋고 참기름 살짝 뿌리고 깨 좀 흩어놓아 밥과 비벼 먹으면 두어 그릇이 그냥 들어간다. 회충 걱정 안 해도 되고 쓸데없이 역한 돼지기름 냄새 걱정 안 해도 된다.
파프리카인지 뭔지 이상한 걸 채소라고 갖다 안기면 정말 먹기 싫다. 방풍나물, 산마늘까지는 이해한다마는 비트며 케일 같은 건 왜 먹는지 모르겠다. 그냥 상추가 좋고 정구지가 좋다. 숙주나물이랑 미나리 무치고 콩나물이랑 취나물이나 톳나물 무쳐서 먹는 게 얼마나 맛이 좋은데 이런 건 촌스러운 나물인가?
사람이 먹는, 그냥 그런 나물이랑 밥을 먹고 싶다. 그게 귀찮으면 그냥 하얀 쌀밥에 김 구워서 주면, 간장이랑 잘 먹는다. 쌀밥이 건강에 해로운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땐 보리밥 같은 잡곡을 워낙 많이 먹은 세대라서 그런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우리 땐 쌀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쌀이 모자라서 현미밥, 잡곡밥을 먹었다. 그냥 내 입에 맞는 내 취향의 음식을 먹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