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잔향
비슬산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힘입어 경관이 빼어나고 맑은 공기와 더불어 숲이 울창하다. 특히, 현풍천 발원지에서 흐르는 깨끗한 물은 몸을 숨기듯 암괴류 밑에서 소리내어 흐르다가 중턱에서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다. 비슬산에서 이 물소리만 들어도 도시 생활에서 찌든 긴장감과 번잡함을 이완시킨다. 그러므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안한 안정감을 취하게 한다. 이로써 건강을 유지 향상시키고 심신단련으로 심리적 만족과 나들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삼림욕이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긴장 완화와 기분전환 또는 자기 계발을 통하여 사회적 유대 증진과 구성원들 간의 결속으로 사회적 통합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탕이 되는 식물은 끊임없이 미생물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허약해지면 공격을 당하여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어지면 죽게 된다. 이에 따라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미생물에 대하여 항상 저항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까닭에 특유한 물질을 발산한다. 자기만의 향기를 발산하는 방향물질(芳香物質)이다. 주위의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저항하는 물질을 찾아낸 사람이 구 소련의 레닌그라드 대학의 B.T토킹 박사다. 토킹 박사는 이 방향물질을 피톤치드(Phytoncide)라 하였다. 피톤(Phyton)은 ‘식물’이고 치드(Cide)는 ‘죽인다’라는 뜻으로 만든 복합단어이다. 러시아어이지만 어원은 라틴어이다.
이 중에는 휘발성이 높은 테르핀(Thrpene) 이라는 물질이 있다. 테르핀이란 C10H10의 화학식을 갖는 불포화 탄화수소의 일군(一群)이다. 이 성분은 피부를 자극하는 역할과 상처나 세균에 감염된 염증을 없애주고, 사람에게 편안하게 안정감을 취하고 해방감을 주어 피로를 해소시켜 주는 등 치료제 역할을 한다. 이로써 심신을 상쾌하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효과로 인체의 활동을 유연하게 한다.
이 같은 피톤치드는 나무의 생장이 왕성한 5월과 10월 사이에, 하루 중에는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발산량이 가장 많다. 나무별로는 잣나무, 소나무, 삼나무 등이 발산량이 많은 가운데 거담치료에 효과가 있다. 노송나무는 방부·소염·진통 등에 효과가 있으며, 밤나무와 감나무는 핏속의 칼슘과 나트륨을 정화시켜 혈액순환 기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비슬산에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그리로 올라가면 비슬산 천왕봉에서 4km 떨어진 곳에는 해발 1,036m 대견봉이 자리한다. 도중에는 월선봉이 자리한다. 대견봉에서 가까운 동쪽 해발 1,000m 되는 자리에는 신라 헌덕왕 때인 810년에 창건한 대견사지가 허물어진 지 오래되어 절터로만 남아 있다가 다시 절을 세웠다. 이름은 그대로 대견사다. 이곳엔 암반 언저리에 삼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대견사 서쪽 대견봉에는 그 유명한 『삼국유사』 찬술자 승려 일연이 승과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처음 주지로 있었던 보당암, 그 절터가 있다. 보당암을 내려서면 석굴이 있고 석굴 속에 샘터가 있다. 대견봉에서 동쪽으로 600여m 지점에는 해발 1,058m 조화봉(照華峯)이 자리하고 있으며 조화봉에서 남쪽으로 가면 약 4km 지점에 이르러 해발 983m의 관기봉(觀機峯)이 자리한다.
『삼국유사』 포산이성 조에는 관기와 도성 두 성사가 은거한 곳이 기록돼 있다. 관기는 비슬산 남령에 자리한 관기암에서 은거하였고, 도성은 도통바위에서 은거하였다. 도성은 매일 같이 도통바위 위의 언저리에 앉아 기도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몸이 하늘로 솟구쳐 날아갔다. 수성현에 떨어졌다고 한다. 관기도 도성을 뒤따라 어디론지 날아갔다고 한다. 도통바위에는 훗날 사람들이 암자를 세워서 도성암이고, 관기가 은거하던 자리는 관기의 이름을 딴 산봉우리가 관기봉이다.
필자는 관기가 은거하던 암자 터를 찾기 위해 오랜 세월 오르내리다가 끝내는 암자 터로 추정되는 곳에서 연꽃무늬가 새겨진 동그란 석조물을 발견했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봐도 딱 하나뿐이었다. 이로써 ‘포산이성’이란 전설 같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두 성사 중에 관기가 은거하던 암자 터로 비정하며 발굴 조사를 기대한다.
조화봉과 관기봉 사이에 능선부 9부 정도에는 신라하대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봉동 석불입상이 있다. 약호를 손에 든 약사불이다.
그리고 유가면 용리 개재마을을 거쳐 애미 고개를 지나면 휴양림 입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찰이 있다. 이 사찰은 전통사찰로 지정된 소재사(消災寺)이다.
『「보각국사비명」따라 일연一然의 생애를 걷다』 저자·시인 권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