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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사, 신의 뜻 담다

등록일 2025년04월22일 20시01분
대견사, 신의 뜻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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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백후자

비슬산의 바람은 계절마다 다른 색을 띤다. 

봄이면 진달래 향 머금은 연분홍빛으로 불어오고, 여름이면 짙푸른 숲의 색으로 다가와 시원하게 땀을 식힌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색 바람으로 단조로운 삶에 설렘을 불어넣고, 겨울이면 하얀 눈의 감성인 신비로운 바람으로 산을 감싸 안는다.

연분홍 바람이 비슬산을 노닌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를 따라 걷는다. 진달래 꽃향기보다 더 은은한 향이 머무는 곳에서 발걸음이 멎는다. 대견사가 비슬산의 품 안에서 고즈넉한 자태를 드러낸다. 대견사(大見寺)는 ‘크게 보인다.’ 또는 ‘탁 트이게 아름다움이 보인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비슬산 정상에 자리한 사찰에서 낙동강과 주변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의미와도 이어진다. 대견사는 이름에서부터 사찰이 자리한 위치의 웅장함과 경관의 빼어남을 느낄 수 있다.

대견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대견사지 전망대가 있다. 대견사지 전망대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대견사와 함께 하나의 영적 공간을 이룬다.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이 있었어. 주변인의 소개로 그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는데, 좀처럼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 거야. 그녀는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쉬이 잠들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어. 그의 재력과 능력은 많은 사람에게 들어 의심할 바 없었어. 그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 또한 아주 신사적이었지. 다만 그의 외모는 평균 이하였던 거야. 마음이 왜 자꾸만 갈팡질팡하는 건지 그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어.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게 맞는 건가. 내가 진정으로 이 사람을 사랑하고는 있는 건가. ’

날이 갈수록 그녀의 마음속 갈등은 커져만 갔어.

눈부시도록 화창한 어느 날이었지. 그녀가 어딘가로 가고 있었어. 발길 닿는 대로 간다고 하잖아. 그녀의 발걸음이 그랬어. 어디로 간 걸까. 그녀의 발길이 멈춘 곳은 비슬산에 자리한 대견사였지. 그녀는 자신의 속내를 토해내며 기도했어.

“저 자신을 제가 모르겠습니다. 제 안의 속물근성이 제 눈과 귀를 가려 불행의 씨앗을 키우는 건 아닌지, 방향키를 잡아 주십시오. ”

그녀는 진심을 쏟아 기도한 후 밖으로 나왔어. 

그녀는 대견사지 전망대 위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보았어. 신선이 있다면 이런 곳에 살겠구나 싶었지. 그때였어.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울림이 오는 거야. 근엄하고 묵직하며 맑은소리가 들렸어.

​“진정한 사랑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네. 그 사랑이 길을 밝혀주리라.”

​그건 신령의 목소리였어. 그녀의 마음에 전율이 일었어. 신비를 체험한 게지.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졌대. 믿음이 곧 사랑이라는 걸 깨달은 거지. 그랬더니 그녀를 향한 그의 큰 사랑이 보이더라는 거야. 둘은 서로가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알게 되었대. 그리고 결혼이란 문을 활짝 열고 걸어갔다는군.

대견사 전망대에 서서 불어오는 연분홍 바람을 맞는다. 나에게도 부드러운 신령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나 않을까 가만히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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