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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랑의 열정은 영혼의 병인가

등록일 2020년11월27일 13시41분


<수필> 사랑의 열정은 영혼의 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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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미친 사랑의 노래’, ‘미친 사랑’, ‘사랑에 미치다’, ‘지독한 사랑’, ‘중독 된 사랑’. 사랑에 대한 열정에 흔히들 ‘미치다’는 말을 많이 쓴다. 또 다르게 ‘불타고 있다’, ‘눈이 멀었다’, ‘제 정신이 아니다’는 말도 쓴다. 이런 극단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사랑의 열정은 그것에 사로잡힌 자들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 사랑에 빠진 자는 마치 현실이 영원한 듯, 시간을 벗어난 듯이 행동하고 자신의 상황은 ‘특이한 예’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킴으로써 현실적인 감각과 판단을 유보하는 관용을 갖는다. 어찌 보면 열정이 인간의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자기행위의 합리화를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사랑의 열정을 ‘영혼의 병’이라고 했던가. 혹은 ‘이성적 능력의 환기는 곧바로 모든 정열의 개입을 물리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열정에 관해 이같이 부정적이고도 정신의학적이 시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낭만주의자들은 사랑의 열정을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무엇인가 영원하고도 절대적인 것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열정에 사로잡힐 것을 갈망했다. 그들은 열정이 없는 인생은 무미건조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보고, ‘사랑에 죽는 것은 사랑을 알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열정 없이는 어떤 위대한 일도 해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의 열정 또한 도덕적 희생을 강요하는 ‘광신’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튼 애정관계의 다양성을 볼 때, 사랑의 보편타당한 답은 구하기 어려우므로 사랑과 열정은 신화와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서 ‘사랑에 미치다’를 쳐보면 사랑에 미치기를 갈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러스처럼 일순간 감염되거나 들불처럼 타오르기를 원하는. 누구나 한번쯤 그러한 사랑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현실의 단조로움과 규칙을 벗어나 오로지 한 가지만을 위해 열정을 다 할 수 있는 사랑 말이다. 이런 목마름은 친구의 남편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드라마를 통해 ‘각자의 진실이 따로 있다’란 이해의 넓이로 접근하는 시청자의 반응이 사뭇 재밌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의 열정이 개인의 자유와 존중받을 권리를 빼앗는다는 것을 생각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에 있다. 게다가 매우 슬픈 사실은 열정의 생명이 길지 않다는 것과 무진장한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 속에 서 있는 사람은 흔들린다. 왜, 항상 불안하니까.

여기서 사랑에 빠져 화재가 되었던 미인의 ‘러브레터’한 부분을 살펴본다

< 전략 >

“ 이상징후다.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뒤범벅이 되버렸다. 돌아서는 순간 보고싶다. 숨 한 번 쉴때마다 그립다.

내 가슴 저편에 이런 열정과 갈망이 도사리고 있었다니......

혼란스럽지만 꿈결같이 행복하다. 이 감정을 그대로 즐기고 싶다.

잿빛으로 물들여진 비오는 날의 음울함이 이렇게 편안하게 느껴짐도 묘하다.

그는 내 오래전 기억속에 사람처럼 푸근하다.

흔들리는 감정은 그의 눈길을 내칠수 없게 한다. 악마는 내가 그어놓은 도덕의 선에서 멀리멀리 물러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사람의 사악함은 어디가 끝인가?

충족에 이르도록 노력한 클림트처럼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당신과 나누고 싶네요.“ <후략>

사랑은 바보짓이다. 미친짓이다. 열병이다. 못된 중독이다. 영혼의 병이다. 또는 눈물의 씨앗이다. 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그러면서도 또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 꿈꾸고 헤매며 갈구하는 것이 사람이란 것이다. 그래서 우린 사랑을 직접 고통스럽고 쓰라리게 경험해보지 않고는 무어라 단언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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