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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장모님과 새 -이병훈-

등록일 2020년07월06일 11시03분

<수필>      장모님과 새       -이병훈-


장모님은 시골에 홀로 살고 계십니다. 우연히 잉꼬 한 쌍을 얻어 기르게 되었습니다. 아침이면 새들의 소리에 반갑게 눈을 뜨고, 긴 봄날 마루에서 혼자 점심을 들 때도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입맛을 돋우곤 하셨습니다. 이렇게 장모님의 외로운 일상의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은 기쁨으로 커갔습니다.


초여름의 감잎들이 허름한 농가에 그늘을 드리울 즈음, 잉꼬는 새끼 두 마리를 부화하여 오붓한 일가를 이뤄 집안 가득 온기를 채워 주었습니다. 장모님은 신바람이 나서, 새장 앞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 길어졌습니다.


어느 날 새장이 좁은 때문인지 네 식구의 잦은 뒤척임으로, 빗장이 열려 그만 어미 새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당황한 아비 새는 새장 안을 이리 저리 푸드덕거렸고, 한창 먹이를 받아먹던 새끼들은 자지러지게 울어댔습니다. 당황한 것은 장모님도 매 한가지였습니다.


마침 이웃에 어려운 환경을 탓해 자식들을 두고 집 나간 젊은 주부들이 몇 있었습니다.

“하이고! 쯧쯧. 사람이나 미물이나 모질기는 우째 이리 모지노. 새끼를 놔두고 도망가다니….”

어미 새의 가출이 마치 동네 아낙네들만큼이나 야속했나 봅니다. 장모님은 연신 혀를 차며 애석해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어미 새 대신, 좁쌀을 갈아 새끼들에게 먹였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새끼들의 애처로움을 그냥 볼 수만 없어 어미 새를 사와서 새장 안에 들여보냈습니다. 이를테면 새 엄마를 맞은 셈입니다. 희한한 것은 새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도무지 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이고! 얄궂다. 짐승도 남의 새끼 꺼리네.”

장모님은 안타까웠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 새끼들은 제법 커갔고, 새장 안은 평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장모님도 다시 새장 앞에서 여름 한철을 맞이했습니다. 모처럼 적적치 않은 여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새장 안을 들여다보니 잉꼬 삼부자는 보이지 않고, 어미 새 혼자 오도카니 있는 게 아닙니까. 깜짝 놀라 살펴보니 빗장이 풀려져 있는 것입니다. 장모님은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나절 맥을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남은 새도 측은했지만, 모두가 떠난 집에 혼자 남은 장모님 자신의 모습이 비추어져 아마 가슴이 더 아팠을 것입니다. 오 남매가 북적였던 집에 어느새 사람의 그림자는 떠나고, 늘 햇살의 그림자만 빈 마당을 가득 메웠기 때문입니다.


혼자 남은 어미 새는 며칠을 먹는 둥 마는 둥 꾸벅꾸벅 졸더니 어느 날 아침에 죽어 있었습니다.

“아이고! 지도 외로웠던 갑다….”

장모님은 무언가를 떼 낸 듯한 허전함으로 몇 날을 울적해 하셨습니다. 다시 새를 사와 기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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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이 병훈(李 炳勳) - 본명: 止軒 - 李炳淳(이병순)


한국문인협회 문화진흥위원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낭송문학회 회장

달성문인협회 회장

사)세계문인협회 정회원(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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