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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금화동산에 피어난 금잔화

등록일 2020년04월03일 12시13분

<隨筆>

금화동산에 피어난 금잔화

                     신경용 (달성문협)


  일본여행중 상가밀집지역 벤치에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 허브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무거운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개운해졌다. 여행의 피로가 일시에 날아가는 듯 했다. ~ 우리 요양원에도 허브식물을 심어야겠다. 요양원이 주는 선입견을 없애는 맑고 아름다운 동산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로즈마리는 가격이 비싸 조금 심어 보았는데 허브 효과는 좋았지만 추운 날씨에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 야생으로 키우기에는 문제가 되었다. 또한 페파민트는 번식력이 강해 잡풀처럼 우거지는 바람에 주위의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관상용으로는 부적합했다.


  꽃도 예쁘고 향도 있는 품종을 찾다가 금잔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독특한 향이 있어 주변을 정화시키고 환경 적응력이 좋아 저절로 피고 지어 손이 덜 가는 장점이 있다. 4월부터 7월까지 옮겨 심어도 열흘만 물을 잘 주면 뿌리가 안착된다. 금잔화를 흔히들 메리골드라고도 하는데, 두 꽃은 국화목 국화과로 친척이다. 금잔화는 소화기 계통의 치료와 눈 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다량의 황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함유로 보습 염증을 다스려 피부미용에 좋으며, 루테인 함유로 눈 건강 지키는 데 대표적인 꽃이라고 한다. 나이 들면서 눈도 침침해지고 건조해지는데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눈이 밝아지는 희망을 주는 기특한 꽃이다

  씨 뿌리는 시기를 조절하여 연중 꽃을 피게 할 수도 있다. 내한성이 있어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다. 한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한번 피기 시작하면 연속해서 꽃망울을 터트린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꽃잎을 닫고 아침 햇빛에 꽃잎을 여는 이유를 설명하는 낭만적인 전설도 가지고 있다.


  해마다 4~5월 무렵부터 금잔화 꽃밭 만들기에 정성을 들인다. 초겨울까지 금화동산에 황금색 꽃밭이 융단같이 펼쳐지는 걸 상상하면서 새벽같이 달려나와 열정을 쏟는다. 장맛비가 내릴 때까지 다 옮겨심어야 하는데 올해는 유독 장마가 늦어. 폭염 속에서도 뿌리가 무사히 안착할 때까지 하루 두 번씩 물을 주고 지속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동이 틀 무렵 금화동산에 오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무 하나, 꽃 한 송이 피우기까지 들인 노력이 적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답해주니 절로 숙연해진다. 금잔화 주위로 미세하게 퍼지는 독특한 향과 주변 나무들과의 조화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화된 공기가 폐부에 스며들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큰나무 아래나 바위틈에 선명한 주홍의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금잔화 군락을 보면 황금 술잔이란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꽃밭을 가꾸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해마다 피고 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꽃밭은 얼마간의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고 가꾸는 사람의 정성과 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꽃이 피면 자연스레 벌과 나비가 날아오 듯이, 금화동산은 새벽부터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온갖 새들이 지지배배 거리며 큰나무 둥지를 드나드는 것을 시작으로, 출근시간이면 직원들이 아름다운 일터로 가벼운 발걸음을 딛는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청정 환경에서 황혼의 여정을 평화롭게 보내신다. 방문객이나 보호자들은 황금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하듯이 피어 있는 금잔화 군락을 보면 탄성을 지른다. 바쁘고 각박한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금화 동산에 오게 되면 요양원에 모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다소 옅어지고 마음이 한결 순화된다고 한다.


  자리이타(自利利他). 나도 이롭고 너도 이롭다는 뜻이다. 금잔화 꽃밭을 가꾸는 것은 상생(相生)이다. 높은 이상을 향한 나의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표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인연이 닿은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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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용 (달성문협)

약력

(한맥)으로 등단, 달성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2007년 교육현장 체험수기 당선

절망을 딛고 30년 전의 꿈을 이룬 억척 인생

현)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현) 커넬대학 한국캠퍼스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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