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임산부의 치질이야기
임신은 가족 모두에게 축복이지만, 정작 산모에게는 임신 중인 열 달의 하루하루가 고통과 인내의 기간이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몸의 균형이 깨지고, 몸도 점점 무거워지면서 여기저기 탈이 나기 일쑤. 게다가 몸이 아파도 함부로 약을 먹을 수도 없어 고통을 참아야만 한다.
이런 고통을 남편이 조금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으련만 야속하기만 하다.
임산부가 꼭 산부인과만 찾는 것은 아닌가 보다. 진료를 보다보면 배부른 예비 엄마들이 항문진료를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임신을 하면 약도 못 먹고, 연고도 바를 수 없어서 아픈 곳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항문질환은 그만큼 참기 힘든 것 같다.
임신을 하면 치질이 잘 생긴다. 통계적으로 첫 출산한 여성의 30%, 둘째를 출산한 여성의 60%, 셋째를 출산한 여성의 90%가 치질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임신과 치질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임신 시 치질이 잘 생기는 대표적인 이유는 ‘변비’ 때문 이다. 임신 전부터 변비가 있었다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철분제제 때문이기도 하다. 임신 중 철분제 복용은 필수적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기게 된다. 근본적으로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변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식이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적절한 운동으로 변비를 예방해야 한다.
임신중 치질관리에는 온수좌욕만큼 좋은 것은 없다. 좌욕을 출산 후에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매일 양치질을 하여 치아를 관리하듯 매일 좌욕을 해서 항문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좌욕은 항문근육을 이완하여 치질증상을 완화시키고 변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인이라면 약물치료를 하거나 치핵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지만 임신 시에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임신 시에는 약물사용과 수술이 태아에 위험할 수 있어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전반기에 치핵이 생겼다면 온수좌욕으로 항문근육을 이완시켜주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임신 후반기에 생긴 치핵 또한 온수좌욕이 좋은 방법이나 치핵이 심한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약물사용을 하기도 하고 수술도 가능하다.
출산 후 치질 수술의 시기를 결정하자면 모유수유가 끝난 후에 수술하거나 다음 임신을 하기 전에는 꼭 수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통증을 참기 힘든 경우에는 출산 직후에 수술을 하기도 한다.치질 수술 후 모유수유는 1~2일 정도만 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0개월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 임신 전 검사는 요즘 필수이다. 대부분은 자궁검사만으로 산전검사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항문검사와 대장내시경은 임신 전 꼭 한 번쯤은 체크해야 한다. 임신 중 항문에 피가 날 경우 단순 치핵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대장에 문제가 생겼다면 10개월을 전전긍긍하며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임신 전 항문진료를 통해 치질을 미리 치료하고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질환 유무를 산전에 꼭 확인하여 10개월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